[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SK하이닉스가 ‘10나노대 D램 양산’이라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첫 상용 극자외선(EUV) 포토 리소그래피(노광) 장비의 발주를 냈다.
이 장비는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이 공급한다. SK하이닉스 외에도 삼성전자와 인텔, TSMC, 글로벌 파운드리 등 반도체 소자 및 파운드리 업체 10여곳이 이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발주를 냈다.
ASML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이들 업체에 EUV 장비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네덜란드 ASML에 첫 상용 EUV 노광 장비인 NXE3300의 구매 발주를 냈다. 내년 하반기 해당 장비를 이천 공장에 들여놓을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테스트 EUV 장비인 NXE3100을 이천 공장에 설치하고 차세대 10나노급 반도체를 양산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노광(露光)은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가장 핵심적인 반도체 제조 공정이다. 현재 20~40나노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노광 장비는 193nm 레이저 파장을 갖는 불화아르곤(ArF)에서 발전한 이머전 ArF인데 반도체 회로 선폭을 10나노대로 줄이려면 파장이 보다 짧은 EUV 노광 장비가 필요하다.
EUV는 파장이 13.5nm인 극자외선을 활용하기 때문에 보다 미세한 회로 패턴을 웨이퍼에 형성할 수 있다.
다만 현재 테스트용으로 도입된 ASML의 EUV 장비는 광원 에너지가 부족해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이 10장 이하로 낮다. 통상 양산 라인에 노광 장비가 적용되려면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이 100장은 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SK하이닉스가 도입할 NXE3300은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이 30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양산 라인에 도입할 사양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당초 20나노 초반대(2Y나노) D램 공정에 EUV 장비를 도입하려 했으나 웨이퍼 처리량이 떨어지는 탓에 10나노 후반(1X나노) 공정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고 말했다.
임창문 SK하이닉스 D램공정AP팀 연구위원은 “EUV 장비가 양산 라인에 적용되는 시점은 빠르면 2014년 말, 늦어도 2016년 안이라고 보고 있다”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텐데 노광 외 다른 장비 및 포토레지스트 등과 같은 재료 부문의 생태계도 바뀌어야 하므로 예측이 힘들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만약 예측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재 이머전 노광 인프라에 더블패터닝, 쿼드패터닝 등을 적용해 미세공정 전환을 할 수 있긴 하다”며 “그러나 이 경우 공정 전환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전문가는 “반도체 업계의 공정 전환 및 원가절감에 관한 고민이 심화되고 있다”라며 “당장 양산 라인에 적용할 순 없더라도 1000억원이 훌쩍 넘는 EUV 장비를 구매해서 R&D를 계속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라고 말했다.
ASML은 시간당 125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고속 EUV 노광 장비는 2016년경에나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