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텔과 피 섞은 ASML… 10나노 반도체 위한 EUV 노광 장비 고도화 박차
- 인텔, TSMC에 이어 삼성전자도 지분 투자 및 R&D 자금 지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인텔과 TSMC에 이어 삼성전자도 ASML에 지분 투자 및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ASML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선두 업체들과 이 같은 협력 관계를 맺음으로써 10나노급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고도화 및 450mm 웨이퍼 기반의 차세대 장비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인 노광 장비의 의존도는 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7일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EUV 노광 장비의 R&D를 위해 ASML에 2억7600만유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이와는 별도로 ASML 지분 3%를 5억300만유로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SML은 10나노급 초미세회로를 그릴 수 있는 EUV 노광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노광 장비 시장에서 80%의 점유율로 1위, 전체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도 매출액 1위의 지위를 갖고 있는 업체다.
ASML은 자사 지분 25%를 옵션으로 내걸고 인텔과 삼성전자, TSMC에 300mm EUV 및 450mm에 대응하는 노광 장비의 공동 R&D를 제의한 바 있다.
이에 인텔과 TSMC는 ASML에 R&D 지원비 명목으로 각각 8억2900만유로와 2억7600만유로 단계적으로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인텔은 15%(25억유로), TSMC는 5%(8억3800만유로)의 ASML 지분을 인수키로 했다.
ASML이 지분을 걸고 삼성전자와 인텔, TSMC 3사로부터 수혈 받은 R&D 자금은 13억8100만유로(약 2조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보다 미세한 공정 전환을 위해서는 EUV 노광 장비의 성능 개선이 시급하고, 이 기술을 가진 ASML를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ASML이 고객사 투자 유치 프로그램을 마무리 한 뒤 EUV 장비의 웨이퍼 처리량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SML이 보유한 EUV 노광 장비의 고도화는 10나노대 반도체로의 안정적 양산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광 공정은 반도체 회로 패턴을 포토레지스트(감광) 물질로 덮인 웨이퍼에 빛을 쏘아 형성하는 과정을 뜻하는데 EUV(13.5nm)는 현재 20~40나노대 공정에서 활용되는 이머전 불화아르곤(ArF) 방식 대비 파장이 짧아 보다 미세한 회로 패턴을 그려 넣을 수 있다.
현재 인텔과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EUV 노광 장비 시제품을 도입하고 양산성을 검증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이 10장 이하여서 전면 도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간당 100장 이상은 처리가 가능해야 공정 전환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ASML은 시간당 125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고속 EUV 노광 장비는 2016년경에나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등 업계는 이번 투자가 차세대 EUV 노광 기술 개발 시기를 앞당겨 반도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450mm 웨이퍼로의 전환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전문가는 “이번 투자는 반도체 업계가 가진 공정 전환(10나노대, 450mm 웨이퍼 전환), 원가 절감에 관한 딜레마를 가장 잘 보여준 예”라고 설명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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