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한국거래소는 왜 차세대시스템에 x86 플랫폼을 도입했을까

백지영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는 2014년 2월 3일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거래소(KRX)의 차세대 시스템(엑스추어플러스)이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증권업계 최초로 x86 플랫폼을 도입했다는 것이 특이한데요.

도대체 왜 KRX는 기존에 사용하던 유닉스에서 x86 플랫폼으로 차세대 시스템의 하드웨어 교체를 결정했을까요. 더군다나 유닉스 기반의 차세대시스템(엑스추어
)이 운영된 지 불과 3년밖에 안된 상황에서 말입니다.

다양한 이유와 관측이 있겠지만, 크게 3가지 정도로 교체 이유를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개발자 및 기술 생태계, 둘째는 x86 서버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 셋째 유닉스->리눅스로의 전환 추세 등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즉 특정 이가 아닌 IT 생태계의 환경 변화에 따른 결정이라는 것이죠.

현재 운영되고 있는 유닉스 기반의 KRX의 IT시스템(엑스추어)은 전세계 주요 국가의 매매체결시스템 중 최하위의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문체결 속도에
따라 투자자들의 수익률이나 거래소에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은 엄청나게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거래소 측은 이번 차세대를 통해 초당처리속도와 지연속도를 향상시킨다는 방침입니다.

이번 차세대 시스템을 통해 거래소는 초당처리건수(TPS)는 2만 TPS이상, 호가 처리속도(지연속도)는 기존보다 285배 향상된 70마이크로초(μs) 이하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이 수치는 KRX가 처음 시스템 아키텍처를 구상했을 당시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른 국가의 거래소에서 시스템 투자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함에 따라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세가지 이유를 하나하나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x86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개발자 및 기술 생태계는 KRX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 역시 메인프레임이나 유닉스 시스템에서 x86 서버로 하드웨어를 교체하게끔 만들었는데요.

x86 서버의 경우, 무어의 법칙 등에 따라 매년 아키텍처와 코어 등에서 2배 이상 성능이 향상되는 등의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x86 서버는 기술 표준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서버 업체에서 출시하고 있는 범용 제품입니다. 이는 곧 규모의 경제라는 표현으로 바꿀 수도 있는데요.

이 때문에 x86 서버의 성능 향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도 속도를 맞추고 있는 것이지요. 유닉스 서버의 경우, 업체마다 CPU와 아키텍처 등이 상이합니다. 주요 기술도 3~5년을 주기로 개발돼 다소 긴 편이지요.

예를 들어 통신 인터페이스를 살펴봤을 때 유닉스나 x86 서버 둘 다 똑같이 PCI익스프레스를 씁니다. 그러나 대역폭이 향상된 PCI익스프레스 카드 신제품이 나왔을 때 x86 서버는 이를 바로 채택할 수 있는 반면, 유닉스 서버는 좀 더 시간이 걸립니다. 유닉스 서버에서 이를 채택하려고 하면 CPU 등도 함께 바꿔야 적용이 가능합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현재 1600메가바이트(MB) DDR3 메모리가 나와 있지만, 유닉스 서버는 여전히 DDR2만 지원합니다. 유닉스 서버에서 이를 채택하려면 역시 CPU를 교체해야 합니다.

네트워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유닉스 서버에서는 10기가비트이더넷(10GbE)까지만 지원하는 반면, 리눅스 기반의 x86 환경에서는 40GbE, 인피니밴드까지 지원됩니다. 또한 같은 10GbE라고 하더라도 커널 I/O등의 기술차이에 따라 x86 서버가 최대 8배 정도까지 전달 속도가 높다고 합니다.

한 서버업체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주문속도를 높이려면 CPU 연산속도와 메모리, 네트워크, 입출력(I/O) 카드 등 다양한 기술 요소가 결합돼야 한다”며 “그러나 x86 플랫폼의 경우 신제품이 나오면 바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반면, 유닉스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지난해 전세계 서버 출하량을 살펴보면 총 820만대의 서버가 공급됐습니다. 이중 유닉스 서버는 약 2~3%에 불과한 20만대가 팔렸습니다. 물론 매출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런데 규모의 경제를 생각했을 때 메모리나 네트워크 카드 제조업체에선 유닉스 서버를 지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지요. 특히 유닉스 프로세서(칩)는 업체마다 서로 다른 아키텍처를 갖고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개발자 생태계 역시 영향을 끼치는 요소입니다.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유닉스 개발자보다는 광범위한 상태계의 x86 개발자들을 통해 유연하게 원하는 신기술 구현을 더 빨리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커널 뿌리가 유사한 유닉스에
서 리눅스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상황만 봐도 그렇습니다.

즉, 거래소 측은 원하는 기술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x86 플랫폼을 통해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증권거래소들의 트렌드도 그렇구요.

비용을 따졌을 때, x86 서버가 유닉스 서버보다 결코 싸게 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1대당 가격을 따지면 x86서버가 훨씬 싸겠지요. 그러나 안정성이 중요한 거래소의 시스템은 고가용성을 위해 x86 서버를 액티브-액티브 형태의 대규모 클러스터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한대 서버나 디스크에 장애가 나도 다른 서버에서 이를 즉각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실제
거래소가 구축하는 실제 하드웨어 인프라 비용은 기존의 10% 가량을 줄일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마도 KRX는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시킨 후에도 계속해서 신기술을 적용해 주문 체결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때에도 x86 플랫폼의 장점은 드러납니다. x86 플랫폼 환경에서는 인프라 레이어와 비즈니스 레이어가 분리돼 있기 때문에 보다 쉽게 하드웨어 신제품으로 교체도 가능합니다.(물론 거래소의 주문 체결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단순히 하드웨어 인프라를 교체하는 것이 만능은 아닙니다. 주문 체결 속도에는 IT시스템 뿐만 아니라 각 국가마다의 법적규제(컴플라이언스) 등의 다양한 이슈 작용하고
있으니까요)


x86은 그동안 전 산업군에 꾸준히 기간 시스템으로 보급돼왔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안정성을 이유로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에 아직도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당 처리와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증권거래시스템에 x86이 도입되면 금융권의 IT시스템 투자 기조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구축사례를 중요시하는 금융권에 하나의 의미있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KRX의 x86도입이 업계에 던지는 화두는 그래서 중요해 보입니다.


[백지영기자 블로그=데이터센터 트랜스포머]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