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LG디스플레이가 수익이 적게 나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은 점진적으로 비중을 줄이되 값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판매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생존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했다. LCD 산업의 성숙, 유럽 재정 위기 등에 따른 TV 수요 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27일 LG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 P61공장내 6세대(1500×1850㎜) 라인 중 일부를 비정질실리콘(a-Si)에서 저온폴리실리콘(LTPS) 라인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위해 정식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내년 4분기까지 1조2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한다.
LTPS는 다결정실리콘을 이용해 박막트랜지스터(TFT)를 제조하는 방식이다. 다결정실리콘은 a-Si와 비교해 고속 구동 및 고해상도 패널 구현이 용이하다.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고해상도 AH-IPS LCD 패널은 LTPS 공정으로 생산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이곳에서 AH-IPS 패널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연구개발(R&D) 및 생산을 병행한다는 밑그림을 그려놨다.
다만 LTPS 라인은 공정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같은 공간을 활용하더라도 a-Si 대비 생산량이 적다. P61에 들어설 LTPS 라인의 생산 규모는 유리기판 투입기준 월 2만장 수준인데 LG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생산 여력을 확보하면 기존 6세대 라인에서 생산하던 a-Si 방식 LCD의 캐파가 8~9만장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6세대 라인 총 캐파(21만장)의 40%에 해당하는 물량이 축소되는 것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6일 열린 2012년 2분기 실적발표 IR에서 “LTPS 장비가 입고되는 시점이 내년 상반기부터니 그때부터 생산량이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선점하면서 기존 LCD 사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디스플레이 부문은 여전히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중국 광저우 공장의 투자 규모와 시기는 LCD에서 대형 OLED로의 전환 과정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OLED의 경우도 하반기 OLED TV 출시 이후 시장 반응과 원가절감 속도, LCD 시장의 수급 상황을 살펴본 뒤 최종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투자는 중국 LCD 공장의 투자와 연계되는데 아직 OLED 수율이 제대로 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다간 위험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향후 1~2년 정도는 외형 성장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철저하게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LG디스플레이는 매출 6조9104억원, 영업손실 25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LCD 담합 소송 충당금으로 7분기째 적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순수 영업의 내용으로만 보면 사실상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필름타임편광(FPR) 방식 3D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애플 아이패드용 고해상도 패널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