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100년 역사를 지닌 일본 전자·디스플레이 업계 자존심 샤프가 최대주주 자리를 대만 기업에 넘겨주게 됐다.
샤프는 27일 오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대 전자제품위탁생산(EMS) 업체인 대만 혼하이그룹과 자본 및 사업 제휴를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샤프는 669억엔(우리돈 약 9150억원) 상당의 3자 배정 증자를 실시하고 혼하이그룹 내 4개 업체가 이를 인수한다. 샤프의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혼하이는 샤프 지분 10.95%를 보유,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샤프의 기존 최대주주는 일본생명으로 5.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혼하이는 또 10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샤프의 자회사 샤프디스플레이프로덕트(SDP)의 지분 46.48%를 660억엔(약 9026억원)에 인수한다. 인수 완료 후 혼하이의 SDP 지분율은 샤프와 같아진다.
혼하이는 이번 자본·업무 제휴를 통해 샤프 10세대 공장에서 생산되는 LCD 패널을 최대 50%까지 구입하기로 했다. 샤프의 10세대 LCD 공장에선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이 생산된다.
혼하이 자회사인 세계 4위 LCD 업체 치메이이노룩스(CMI)와의 협력 여부도 관심사다. 양사가 협력할 시 시너지를 고려하면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의 판도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샤프는 이번 제휴로 대형 고정거래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그간 타 기업에 LCD 패널을 공급하지 않고 자체 브랜드 TV로 소화하는 전략을 실행해왔으나 엔고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TV 수요 감소로 연이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에 봉착했었다. 지난해 샤프는 2900억엔의 최종 적자를 냈다.
오쿠다 다카시 샤프 상무는 “샤프 혼자 연구 개발과 생산, 판매까지 도맡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혼하이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수직 통합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혼하이그룹은 자회사인 폭스콘을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 대부분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소니의 멕시코 LCD TV 공장과 델컴퓨터의 폴란드 공장을 연이어 인수하는 등 덩치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