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업계 담합 의혹, 업계 파장은 어디까지?
금융자동화기기(ATM) 업계 내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업계 3위인 청호컴넷이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를 불공정거래·입찰담합 혐의로 각각 제소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꼐 청호컴넷은 공정거래위원회 본청에 이들 대기업의 입찰담합(카르텔) 의혹에 대해서도 추가 제소했다.
청호컴넷은 공정위 제소를 통해 양사가 ▲통상거래가격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은행 등에 공급▲입찰에 참여하면서 투찰가격, 최저투찰가격, 투찰순위 등을 사전 합의, 결정 ▲구매자(은행)에게 무상유지보수 기간을 과다 설정하거나 관련 시스템 무상 구축 조건을 제시 ▲구매자에게 계열사 제품 무상 지원 등으로 과대한 이익을 제공한 점 등을 주장하고 있다.
ATM업계에서 담합이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ATM 등 판매가격을 공동 결정하고 판매물량을 상호 배분한 4개 ATM 제조사에 336억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린바 있다.
당시 업체별 과징금은 노틸러스효성 170억1200만원, LG엔시스 118억7000만원, 청호컴넷 32억5100만원, 에프케이엠(FKM) 14억8800만원 등이다. 이후 지난해 5월, 청호컴넷이 에프케이엠을 인수한 지금 국내에서 ATM을 공급하고 있는 3사가 모두 담합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로 담합혐의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업계에선 청호컴넷이 쓸 수 있는 마지막 패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발표 주체를 확인할 순 없지만 ATM업체들의 연도별 최저 납품가도 공개됐다. 지난해 공정위가 담합혐의를 조사하면서 2009년까지의 업체별 납품가가 조사된 바 있지만 이번에는 2011년까지의 최저 납품가 까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
문제는 이로 인해 은행의 ATM 구매 담당자들이 겪을 어려움이다. 공개된 납품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ATM을 도입한 은행의 경우 해당 담당자는 귀책의 사유를 물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용절감이 화두가 된 시장에서 다른 곳보다 높은 가격으로 ATM을 도입했다는 것은 자선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닌 이상 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
청호컴넷도 공정위 제소를 통해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는 문제는 인식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잘못하면 ATM 수요자와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호컴넷이 공정위 제소라는 강수를 둔 것에 대해 업계에선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청호컴넷의 2011년 영업이익은 -301억원으로 2010년 -134억원의 영업이익에 비해 두 배 이상 적자 폭이 늘었다.
청호컴넷은 이같은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엔화환율상승으로 인한 매출원가 상승 및 지분법손실 발생 등에 따른 손익감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청호컴넷이 국내 금융자동화기기 시장에서 13-1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영업적자 폭 확대는 리스크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 2006~2007년 사이 신권(만원)발행에 따른 은행권 대량구매 물량에 대한 교체물량이 2012년도에 도래해 향후 2년간 금융권의 ATM 대규모 도입이 예상되는 만큼 더 이상 시장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가 제소에 따른 결론을 내리는데 통상 1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이슈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이번 공정위 조사가 6개월 정도를 예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가 빨리 진행될 수 도 있다.
이번 ATM업계의 공정위 제소는 어찌됐던 그간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문제들이 공론화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 하다. 하지만 저가로 형성돼 파는만큼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ATM 시장의 구조적 모순이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업계에선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조직개편이나 전략 수정이 이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고착될 경우 비대면채널 강화를 위한 은행들의 스마트 브랜치 사업 등에서 국내 업체들의 기술 개발 의욕을 제한할 수 도 있어 업계는 물론 수요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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