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빈). 현재 이곳은 어디를 가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위의 사진은 비엔나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 인데요. 이곳에서는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용품과 다양한 먹을거리 등을 팔고 있습니다.
1300년대부터 시작한 이 크리스마스 마켓은 매년 5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와 반짝이는 조명이 마음을 설레게 하네요.
각설하고 저는 최근 HP의 연례 고객 행사인 ‘HP 디스커버 2011’가 개최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다녀왔습니다.
이 기간 중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과 HP 직원들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마침 그 장소가 ‘크리스마스 마켓’ 근처 레스토랑에서 있어서 오는 길에 사진 좀 찍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HP 미국 본사에서 일하는 한 마케팅 직원과 저녁식사 중에 나눴던 꽤 인상 깊었던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는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전부터 HP에서 근무한 사람입니다. 10년 이상 HP에서 일해왔고, 그가 근무하는 동안 약 4명의 CEO가 바뀌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 화제는 줄곧 PC 사업부 분사 철회와 웹OS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참고로 그는 엔터프라이즈 마케팅 담당입니다(HP는 크게 기업용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EB) 부문과 PC를 담당하는 퍼스널컴퓨팅그룹(PSG), 프린팅 부문의 이미지프린팅그룹(IPG) 등 크게 3개 영역으로 나뉩니다).
그가 묻더군요. “HP가 서버나 스토리지 등 기업용 제품과 PC나 프린터 등 일반 소비자용 제품 매출에 서로 상관 관계가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는 PC 사업부를 지속하도록 한 것이 마케팅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서로 충분히 도움이 된다며, PC사업부를 유지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말하더군요.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HP 마케팅 부서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했습니다.
웹OS 사업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가 갖고 있는 스마트폰도 팜(Palm) 제품이었습니다(의외로 이날 만난 많은 HP 직원들이 팜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습니다. 저도 만져봤는데 디자인도 그렇고 유저 인터페이스(UI)라던가 터치의 반응속도도 꽤 괜찮았습니다.)
그는 “미래의 기업 IT 인프라는 엄청나게 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디바이스만 남을 것”이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결국 미래의 IT는 운영체제(OS)와 디바이스 싸움이 될 것이고, 이를 갖고 있다는 것이 훗날에는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화제는 과거 CEO들의 얘기로 넘어갔습니다.
먼저 오라클로 간 마크 허드는 ‘천재(genius)’와 ‘끔찍했다(scary)’라는 단어로 요약하더군요. 허드는 이른바 숫자에 관해서는 천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정말 힘들었다고 했는데요.
이를테면 그는 몇 년 전 특정 시기의 실적을 물어봐도 이를 모두 기억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 분야의 담당자는 관련해서 기억을 못하는데 허드는 마치 모든 숫자가 머릿 속에 있는 것처럼 기억을 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마케팅에서도 꽤 높은 직위를 갖고 있어서 CEO들과의 미팅이 잦았던 듯 했습니다.
레오 아포테커 전 CEO에 대해선 많은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비꼬는 듯한 말투로) 어디 해변에나 가서 앉아 있겠지요. (나가면서) 돈 많이 벌었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에서 온 아포테커가 주창한 소프트웨어(SW) 업체로의 변신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했습니다.
연일 신문 지상에서 HP가 (마치 IBM을 따라하는 것처럼) PC부문을 매각하고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신하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이 싫었던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이번 컨퍼런스에서 멕 휘트먼 신임 HP CEO는 키노트에서 “우리는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신을 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핵심 비즈니스(core business)는 ‘인프라스트럭처’이고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는 이를 보다 가치 있게(value)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 마케팅 담당자는 본인의 가슴을 가르키며 “HP의 심장에는 하드웨어가 있다. HP는 뼛속까지 하드웨어 업체”라고 했습니다. 핵심 역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만큼 그는 멕 휘트먼 CEO에게 거는 기대도 큰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우스갯 소리로 “이제 HP도 여성 CEO고, IBM도 여성인 만큼, 오라클도 (마크 허드 대신) 여성으로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정리하자면, 이 HP 직원의 말은 순전히 본인의 생각입니다. 모든 HP 직원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내부 혹은 외부 상황에 따라 기업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더라도 이른바 ‘HP way’는 지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모든 직원들에게 있는 듯 했습니다. 덧 : ‘HP 디스커버’ 행사가 열렸던 비엔나의 행사장 근처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서 HP ex-CEO의 이름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물론 r이 빠졌습니다만).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Apotheke’의 뜻은 약국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