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전동수 삼성전자 DS총괄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메모리 치킨게임은) 알다시피 다 끝난 것 아니냐”며 “앞으로 경쟁사 신경 쓰지 않고 내부 역량을 높이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28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제 4회 반도체의 날’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작년 투자한 비용 대비 회수한 돈이 적지 않느냐”며 “우리만 흑자 봤다고 좋아할 수도 없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엘피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선진국 경기 불안에 따른 IT 수요 불안, D램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지난 3분기 모두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는 앞선 미세공정전환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 원가를 경쟁사 대비 큰 폭으로 낮춰 나홀로 흑자를 기록했다.
전 사장은 메모리 치킨게임이 사실상 종결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트렌드가 표준화된 PC용 제품에서 비(非) 표준화된 모바일 제품 중심으로 이미 넘어왔다고 진단했다. 모바일 제품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나홀로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소개한 것.
전 사장은 “PC용 메모리는 인텔이 표준을 정하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그에 따른 프리미엄을 얻기 힘들다”며 “그러나 비 표준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는 고성능과 저전력, 경박단소화라는 가치를 제공하면 충분히 고객사로부터 그에 따른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표준이 정해진 PC용 메모리 산업과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모바일 메모리 산업은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다”며 “PC용 메모리가 주력일 때는 원가경쟁력을 낮추는 데에만 힘을 쏟았으나 모바일용 비표준 메모리의 경우 다양한 아이템을 스피드하게 개발하고 양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려면 공급망관리(SCM) 혁신과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며 “다행히 삼성전자는 오래 전부터 이 같은 활동을 시작했지만 아직 모자라는 점이 많고, 이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애플과의 특허 전쟁으로 부품 공급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맥북 에어에 탑재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례를 들며 “소비자가 원하면 애플도 우리(삼성전자) 것을 채택할 수 밖에 없다”며 “삼성전자 부품이 아니면 안 되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애플은 도시바와 삼성전자로부터 SSD를 공급받아 맥북 에어에 탑재하고 있다. 삼성전자 SSD가 탑재된 맥북 에어의 성능이 좋다는 내부 평가와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최근 공급 물량이 상당히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