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HP가 안팎으로 시끄럽다. 지난달 PC 사업부 분사 및 웹OS 개발 중단 발표를 하면서 업계를 뒤흔들더니 이제는 최고경영책임자(CEO) 교체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벌써 신임 CEO로 HP 이사회 멤버이자 전 이베이 CEO였던 멕 휘트먼이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을 정도다.
단순히 루머에 불과한 것인지 사실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불과 취임한지 1년도 안된 CEO를 교체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도 HP가 전세계 IT업계에서 큰 영향력이 끼치고 있는 글로벌 업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레오 아포테커 HP CEO는 지난해 10월, 성희롱 의혹으로 사임한 마크 허드 사장의 후임으로 HP 이사회에 의해 발탁됐다.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 SAP을 이끌었던 만큼 그가 HP에 합류하면서부터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결국 그는 지난달 PC 사업부 분사 검토 및 웹OS 개발 중단을 발표했고 웹OS 사업과 관련된 팜 사업부 525명의 직원이 조만간 해고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당시 아포테커 CEO는 영국 검색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토노미의 인수도 함께 발표하면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 재편을 예고했다.
그런데 HP가 웹OS가 탑재된 자사의 태블릿의 재고 소진을 위해 가격을 99달러로 대폭 낮춰 판매하기 시작하자 오히려 태블릿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HP 내부에서는 웹OS에 대한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고, 심지어 PC 사업부 분사까지 재검토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토노미의 인수 금액이 너무 비쌌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포테커 CEO의 입지는 분명 흔들리고 있다.
과연 그의 결정이 옳았던 것인지, 너무 성급한 결정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HP 이사회 내부에서도 들기 시작한 것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사회 측에서는 그가 내렸던 결정 대부분이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달 발표 이후 주가는 50%나 하락하면서 주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업체로의 체질 개선을 하기에는 아직 내부의 준비가 덜 된 것인지, 혹은 이러한 방향성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대로 현 CEO가 교체될 경우, 소프트웨어 업체로의 HP의 변신이 지속될지 아니면 전면적인 전략의 재수정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국 혁신적일 수 있었던 레오테커 CEO의 결정이 자충수를 둔 셈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