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글로벌 IT·전자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구글은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 부문을 인수해 애플에 도전장을 냈다. 세계 1위 PC 업체인 휴렛팩커드(HP)는 수익성 떨어지는 PC사업을 분사시키는 한편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토노미를 인수하기로 했다.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노키아 등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HP의 PC 사업 분사는 크게 보면 전자·IT 산업의 주도권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미 빅뱅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영체제(OS)를 공급하는 업체가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합병(M&A)한 것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동반자가 경쟁자로 변한 것”이라며 “소프트 경쟁력이 부족한 삼성전자에 최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 “M&A 적극 나서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29일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 참석해 “소프트 기술·S급 인재·특허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지난 16일에는 최지성 부회장,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 등 완제품 부문 사장단에게 “소프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했다.
그간 구글·MS·애플·인텔 등 글로벌 IT 업체들이 크고 작은 M&A를 성사시키며 덩치를 키우는 동안 삼성전자는 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같은 이 회장의 지시와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 부문을 인수키로 했다는 발표에 자극을 받은 삼성전자는 앞으로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현금보유액(현금·유가증권·현금성자산 등을 포함하는 금액)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9조700억원이다. 연간 현금유입(EBITDA)도 30조원에 육박한다. 매력적인 M&A 매물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 확보, 소프트 경쟁력도 강화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업체인 엠스팟과 막판 M&A 협상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과 함께 8800여건의 모바일 관련 특허를 보유한 인터디지털 인수전에도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허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 뿐 아니라 노키아, 퀄컴 등도 인터디지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HP가 분사시킬 PC 사업부문을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HP PC 사업부문은 웹에 친화적인 ‘웹OS’도 있어 향후 삼성전자의 모바일 디바이스와 가전 제품에 적용되면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M&A와는 별개로 S직군 신설 등 자체 소프트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S직군을 신설한 것은 소프트웨어 인재들에게 금전적 보상 등 다른 직군과 비교해서도 적절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 만큼 중요한 분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책임지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도 근래 공격적으로 인력을 늘리고 있다. 현재 800명 안팎으로 조직 크기가 불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전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M&A에 소극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는 한국 기업이라는 정서적 요인과 함께 문화적 차이로 M&A 이후 핵심 인력이 쉽게 빠져나간 점도 한 몫을 했다”며 “단기적 성과를 중시하고 이에 치중한다면 성공적인 M&A도 소프트 경쟁력 강화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