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어 HP도 대변신… 글로벌 IT시장을 움직이는 화두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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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세계 IT산업의 구도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IT시장의 공룡인 HP가 18일(미국 현지시간) 주력사업의 하나인 PC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IT업계에 또 다른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업계의 시각에서 봤을 때, 이는 최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만큼이나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HP에게 PC사업(PSG, Personal System Group)은 한 때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던 핵심 사업이다. 어느 CEO라고 하더라도 이런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있다. 참고로, 지난 2002년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가 최대 컴퓨터 업체였던 컴팩(Compaq)을 인수하면서 PC는 HP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현재 전세계 PC업계는 경쟁의 심화로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애플의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PC와 폭발적으로 성능이 향상된 스마트폰의 등장은 PC의 존재감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HP에게 PC는 언제부터인가 ‘계륵’이 됐다. PC사업은 매출 비중은 가장 높았으나 이윤은 가장 낮았다. 버리기에는 아깝지만 그렇다 팔을 걷어부치고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주변 시장 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똑똑한 공룡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안다 = 바로 지금이 그런 격랑이 일고 있는 시점이다. 결국 HP는 PC사업을 미련없이 접는 것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HP는 이번 PC 사업 분사를 통해 안정적이고 높은 마진을 보장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부문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킬 것으로 에상된다.
특히 이번 HP의 이번 행보는 6년 전 IBM의 행보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의미를 가진다.
앞서 IBM은 지난 2005년 PC 부문을 레노보에 매각하고 이윤이 높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사업에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PC사업의 마진이 낮아지고 성장이 정체되자 IBM은 중국 레노보에 매각하는 대신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서버,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 중심의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같은 빠른 의사결정과 변화는 IBM를 지켜내는 장수비결로 평가받는다. IBM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이러한 과감한 의사결정은 어찌됐건 IBM의 중요한 자산이 됐다. 결과적으로 IBM은 결단은 맞아 떨어졌다.
수익구조를 대폭 전환한 이후 IBM의 실적은 양호했다. 특히 최근 발표된 IBM의 2분기 실적은 불황속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SW도 중요하지만 지금 글로벌 IT시장의 화두는 ‘서비스’= 현재 IBM의 매출 구조에서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2분기에는 57%)이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를 합칠 경우 이 비중은 80%에 달한다.
2009년부터는 IBM은 ‘똑똑한 지구(스마터 플래닛)’라는 마케팅 전략 하에 기업, 나아가 국가를 대상으로 SOC(사회간접자본)사업에서 IBM의 참여기회를 확대시키고 있다. IBM에게 경쟁사들의 IT제품을 이기는 것은 그리 큰 관심사가 아니다.
IBM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들은 단순한 IT회사가 아니라 서비스 회사라고 내세우고 있다.
특히 자사의 제품만을 고객에게 고집하지 않고 서비스 형태로 통합 제공함으로써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유지보수,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통합 제공하는 IBM의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OIO 계약을 맺는 업체들은 IBM과 최고 3~5년의 장기 계약을 맺게 되며, 이는 IBM에게 안정적인 수익으로 돌아온다. 이는 기존 관행대로 단품만 판매해서는 성장이 더 이상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동안 HP도 IBM 못지않게 그동안 수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인수합병(M&A)하면서 IT서비스 업체로 변신을 시도해 왔다. 이번 HP의 결정은 IBM과 같이 서비스 부문의 비중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구조를 전환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하는 차원을 넘어 결국 ‘IT서비스’가 글로벌 IT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비단 HP 뿐만 아니라 EMC와 델,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 등 글로벌 공룡 IT기업들도 몇 년 전부터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HP와 마찬가지로 PC 사업에 주력했던 델 컴퓨터도 서서히 IT서비스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는 기업용 제품 및 서비스 판매를 늘리고 있으며, 헬스케어와 공공부문의 서비스 매출에서 큰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를 위해 델은 지난 몇 년 간 페롯시스템즈를 포함한 몇 개의 IT서비스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전세계 1위 기업용 스토리지 업체인 EMC도 자신들이 더 이상 스토리지 업체로 불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EMC는 최근 컨설팅 및 서비스 조직을 확대하는 등 하드웨어를 집중되지 않는 수익 구조의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IT서비스 시장의 확대, “클라우드 컴퓨팅이 핵심 매개체” =이들의 격전지는 결국 IT 서비스에 맞춰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IT서비스 분야에서의 격돌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매개체로 이미 시작됐다.
기업들이 하드웨어와 같은 자산을 더 이상 가져가지 않고 대신 이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받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각광받으면서 글로벌 IT업체들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애플 트라우마’로 인해 충격에 빠져있는 국내 IT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글로벌 IT기업들의 최근 행보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등 요소 기술의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기존 IT서비스 산업의 육성 전략도 매우 중요한 가치로 놓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년간 과감하게 진행된 바 있는 전자정부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 내세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IT제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뒤이어 창출된 IT융합(컨버전스) 모델은 아직 국내에서 이렇다할 결과물이 많이 창출되지는 못했지만 그 방향성에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IT업계의 한 전문가는 “우리가 소프트웨어 투자에 소홀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모든 걸 버리고 운영체제(OS)와 같은 요소 기술에 너무 치중된다면 또 다시 글로벌 IT시장의 중심 트렌드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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