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안 삼성전자가 했던 일이란 내 것도 아닌 남의 것을 만져 최적화하는 데 돈과 시간을 썼던 것이다.
언젠가 팜을 인수한 HP가 자사의 모든 제품에 웹OS를 심겠다는 발표를 했었다. 나는 이 발표를 듣고 삼성전자가 팜을 인수했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백지 상태에서 시장에 진입하는 것 보단 경쟁력 있는 업체를 M&A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외부에서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이들도 "삼성전자는 M&A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늘상 주장했다.
지난 3월 HP가 PC사업부문을 팔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즉각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HP의 반응은 노코멘트였다.
이러한 HP의 반응을 본 업계의 한 관계자는 "HP가 PC 사업부문을 삼성전자에 매각하려 했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거부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현재로썬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런 상상도 하게 된다. HP PC사업부문을 가져오면 삼성전자는 단숨에 전 세계 PC 1위 업체로 도약한다. 웹OS의 경쟁력도 바다에 녹일 수 있다. 휴대폰에 TV에 가전제품에 넣는 운영체제 혹은 미들웨어를 통일하면 제품과 제품을 하나로 묶을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가 연간 7000만대의 PC를 밀어낼 수 있다면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반도체 LCD 물량도 상당한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특화 완제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부품 사업 기조를 바꿀 수 있다.
외부 판매를 위한 부품 사업이 아니라 완제품 사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부품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시설투자 비용을 줄이고 이 돈으로 또 다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도체와 LCD 고객사인 애플과 델 등과의 관계도 좀 더 자유로워 진다. 인텔의 최대 고객이 되어 반도체 사업부가 범용 D램 인증을 받기 위해 인텔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믿었던 구글이 모토로라를 가져간 지금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 등 제조업체를 M&A한다는 최악의 상황을 삼성전자는 고려해야 한다.
요는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내 것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M&A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HP PC사업부문 같은 매물이 시장에 나와서 삼성전자가 이를 가져온다면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