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HP가 태블릿 사업을 포기하고 PC 사업부를 분사시키겠다고 18일(현지시각) 전격 발표했다. 레오 아포테커 HP 회장은 “사업 집중과 주주 가치 보전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PC는 저성장·저수익 산업으로 전락하는 중이다. HP는 연간 6000만대 이상의 PC를 판매하는 세계 1위 PC 업체지만 북미와 유럽 지역에선 성장세가 꺾였거나 둔화되고 있다. 경쟁 심화로 수익성 역시 하락하는 추세다.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PC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태블릿의 영향이 있었던 가운데 HP는 팜을 인수하고 웹OS라는 자체 운영체제(OS)를 보유하게 됐지만 별 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날 발표된 2011회계연도 3분기(5월~7월) HP의 실적에서 PC 사업부 매출은 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HP PC사업부가 곧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최근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부문도 일치 감치 분사 작업이 이뤄졌었다. HP의 PC 사업부 매각설은 이미 지난해 연말 레오 아포테커 HP 회장이 취임한 이후 간헐적으로 흘러나왔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P PC 사업부가 M&A 매물로 나온다면 삼성전자와 중국 레노버가 가장 적합한 기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3월에는 HP가 PC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즉각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HP의 반응은 노코멘트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HP가 PC 사업부문을 삼성전자에 매각하려 했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거부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HP가 IBM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IBM은 일찌감치 PC 사업을 레노버에 매각하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의 기업 비즈니스 구조에 집중해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HP가 PC 사업의 매각을 암시하는 사업부 ‘분사’ 발표를 함에 따라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P의 PC를 구매를 고려하던 고객들이 이번 발표로 델이나 레노버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