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의 LCD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 분기 연속 적자가 확실시 되면서 조직 내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부는 시황 악화에 따른 LCD 가격 하락, 구리 배선 공정 도입으로 인한 수율 저하, 내부 셀 거래 비중 확대에 따른 부가가치 상실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탓에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LCD 사업부가 2분기 쇼크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부가 4월과 5월 각각 1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다. 6월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3000억원대에서 많게는 4000억원대의 적자를 내며 전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LCD 사업부는 지난 1분기 2년만에 2300억원의 적자를 냈었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TV 수요가 꺾이면서 LCD 패널의 가격 반등이 이뤄지지 않았고,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구리 배선 공정 전환에 따라 낮아진 수율 역시 2분기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2분기 중국 지역의 TV 판매가 상대적으로 괜찮아 LG디스플레이는 연속 적자를 면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그러나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선진국 TV 수요가 상당히 좋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소니에 LCD를 공급하는 삼성 LCD 사업부는 직, 간접적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주력 제품인 32인치 및 40-42인치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4월부터 지속 하락세다. 삼성전자는 2분기 LCD 패널 가격 반등이 일어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TV 세트 수요 감소로 올해 4월 소폭 상승 이후 현재까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시황이 개선되어도 수율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지 못하면 판매 실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7, 8세대 대면적 LCD 라인을 구리 배선 공정으로 전환했다. 이런 가운데 겪은 수율 저하 및 출하량 감소 문제를 올 2분기에도 해결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분기 말인 현재까지 정상 수준인 90%선에 못 미치는 83~84%의 수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가 전사 이익을 위해 LCD 백라이트 모듈 조립 체제를 구축하고 내부 셀 거래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것도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부에게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셀 상태는 LCD 패널에서 백라이트 등 각종 구동장치를 붙이기 이전의 유리 기판 상태를 의미하는데, 백라이트 없이 반 제품 상태로 거래하면 그 만큼 부가가치가 떨어진다.
장원기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부 사장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맞이해 직원들에게 수율 향상 및 실적 개선을 주문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부의 고위 관계자는 “그룹 내 쇄신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가운데 사업부 내 실적 개선에 부담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