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자금 수혈 나선 '포스코퓨처엠'…1.1조원 세부 활용처 들여다보니 [소부장박대리]

배태용 기자

양극재 31만 톤 체제·구형 흑연 투자…밸류체인 강화 방점

IRA 대응·FEOC 충족…탈중국 공급망 본격 구축 나서

2023년 건설 중이었던 얼티엄캠의 모습 [ⓒ포스코퓨처엠]
2023년 건설 중이었던 얼티엄캠의 모습 [ⓒ포스코퓨처엠]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포스코퓨처엠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그룹 차원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확대에 발맞춰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보유한 현금만으로는 모든 투자계획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반영됐다. 특히 공급망 다변화와 북미 시장 대응을 위한 선제적 투자 성격이 짙은 것으로 파악된다.

◆ 현금 줄고 부채 늘고…투자 계획은 쌓이는데 '실탄' 부족 =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투자 계획은 역대 최대 규모다. 연간 설비투자(CAPEX)로만 1조3000억~1조7000억원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46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시점 부채비율은 139%로, 그룹 내 다른 소재 계열사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올해 예상 영업현금흐름(EBITDA)은 약 430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투자계획과 운영자금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문제는 올해는 국내 광양·포항 양극재 라인 증설뿐 아니라, 캐나다 GM과의 합작공장 '얼티엄캠(Ultium CAM)' 가동을 앞두고 막바지 투자금이 집중적으로 들어가는 시기다. 동시에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천연흑연 음극재의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전구체 원료의 안정적 수급망을 구축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재무 여력이 충분치 않은 가운데 여러 개의 대형 프로젝트가 겹쳐 투자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에 지난 13일 이사회를 통해 1조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발행 예정 주식은 약 1148만주로, 기존 주식 수 대비 약 14.8%에 해당한다. 예정 발행가는 9만5800원으로, 13일 종가 기준 약 20% 할인된 수준이다. 최종 발행가는 오는 7월 16일 확정된다.

이번 유상증자는 회사 단독 판단이라기보다는 그룹 전략과도 연계된 조치다. 포스코홀딩스는 유상증자에 지분율(59.7%)만큼인 5256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높은 대주주 참여율 덕에 실제 유통시장에서 희석되는 주식 수는 전체의 약 4.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발표 직후 주가가 9% 급락하며 단기 충격이 있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증자 자금은 크게 세 축으로 쓰인다. ▲양극재 증설 및 공정 개선 등 생산설비 확충 ▲전구체 및 원재료 조달을 위한 운영자금 ▲북미 합작법인 및 음극재 신규 법인 지분 투자 등 전략적 지분 확대다.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 [ⓒ포스코퓨처엠]

◆ 자금 투입처는?…양·음극재 증설에 전방위 집중 = 구체적으로는 전남 광양에 진행 중인 양극재 5단계 공장 건설에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라인은 하이니켈 및 프리미엄 양극재 생산에 최적화된 라인으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고사양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적 투자처로 꼽힌다. 이와 함께 기존 양극재 생산설비의 공정 안정화와 효율 개선에도 일부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전구체와 원재료 조달에도 쓰인다. 특히 광양에 위치한 전구체 공장의 원재료 매입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자금 운용이 이뤄진다. IRA 대응을 위한 '적격 생산' 인증을 확보하려면 전구체 단계부터 공정이 국내 또는 우방국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수직계열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전략적 투자다. 캐나다에 건설 중인 얼티엄캠 합작공장은 하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어, 마지막 투자금 투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포스코퓨처엠이 새롭게 진출하는 구형 흑연 음극재 분야 역시 자금의 상당 부분이 소요될 예정이다. 구형 흑연은 현재까지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는 영역이지만, 북미와 유럽 완성차 기업들이 탈중국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FEOC(Foreign Entity of Concern) 회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유일의 천연흑연 음극재 양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OEM과의 차별화된 공급 계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와 음극재 모두에서 비중국계 공급망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RA가 본격 발효되면서 배터리 원재료의 국적이 실질적인 수출입 관문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 생산 기반을 갖춘 소재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전구체 생산까지 포함한 밸류체인 내재화는 단순한 수익성 개선을 넘어, 소재 독립성과 장기적 고객 신뢰를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미 주요 고객사들과 양극재 공급에 대한 장기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제품 믹스 전환이 수익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를 구조적으로 필요한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업계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의 유상증자는 단순히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고객사들의 공급망 다변화 요구에 대응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IRA 이후 시장 판도가 바뀐 만큼, 양극재·음극재 모두에서 우선순위를 확보하려면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선제 투자로 시장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이차전지 소재 기업 중 전구체-양극재-음극재 수직계열화를 실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체"라며 "향후 완성차 수요 회복과 맞물려 실적 레버리지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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