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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해외 힘주고 '기업금융' 힘뺀다… "자산 리밸런싱·CET1 비율 관리 더 시급" 분석

강기훈 기자
ⓒ우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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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작년 실적 부진을 겪은 우리은행이 올해 실적 제고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시중은행 최초로 폴란드에 지점을 신설하는 등 해외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그동안 상당한 힘을 쏟아왔던 기업금융 부문은 상대적으로 힘을 빼는 모습이다.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기업대출 잔액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해외법인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은행 및 지주 자본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올해 1분기 기준 거둔 당기순이익은 63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7895억원)과 견줘 19.8%(1564억원) 감소한 수치다.

해외에서도 부진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11개 해외법인에서 2100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해 지난 2023년 (2279억원)보다 7.9%(179억원) 가량 순이익이 줄었다. 핵심 거점지인 동남아시아에서 실적이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동남아 법인 3곳의 순이익은 2023년 1452억원에서 2024년 1035억원으로 28.7%(417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올해 해외를 중심으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거점지를 늘림으로써 수익 다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작년 4월 시중은행 최초로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점을 설립했다. 이어 이달 7일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직접 폴란드로 건너가 우크라이나 재건 및 중동부 유럽 물 인프라 사업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작년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제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은행 실적이 다소 후퇴했다"며 "폴란드 지점은 이제 막 시작이지만 활발한 영업 활동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금융 쪽은 소강상태다. 작년 야심차게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선언했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모습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기업대출 잔액은 183조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3분기 191조원, 같은해 4분기 186조원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규모가 줄어든 건 최근 실시한 자산 리밸런싱에 기인한다. 역마진이나 저마진이 우려되는 중소기업의 대출을 줄이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를 수정하기도 했다.

한편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관리하고자 우리은행이 기업금융에 힘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위험가중자산(RWA)인 기업대출을 줄여야 CET1 수치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관계로 단기적으로 CET1 수치가 하락할 수 있다"라며 "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늘어나고 있기에 기업대출을 더 늘린다면 자산 건전성에 있어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기업대출은 은행 핵심 수익원이므로 규모를 줄이면 실적 후퇴는 불가피하다"며 "해외에 눈 돌리는 것은 수익 다변화 관점에서 좋은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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