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북미 공략 속도" 한국콜마, 수익성·법적 리스크 '이중과제'

최규리 기자
콜마USA 제2공장 조감도. [ⓒ한국콜마]
콜마USA 제2공장 조감도. [ⓒ한국콜마]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한국콜마가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확보 및 최근 미국서 불거진 파트너사 '웜저'와의 소송 리스크가 과제로 떠올랐다.

콜마는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과 연구개발(R&D) 조직 재편, 인디브랜드 대상 맞춤형 ODM(제조자개발생산) 서비스 고도화 등을 통해 'K뷰티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생산능력(CAPA) 확대에 비해 수익성 측면에서 뚜렷한 전환점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본격 수익 기반 확보까지는 과제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콜마는 올해 상반기 중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제2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기존 색조 중심의 제1공장에 이어, 이번 신공장은 기초·선케어 제품을 전담하는 생산기지로 운영된다. 두 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연간 생산능력은 1억8000만개에서 3억개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국내 ODM 기업 가운데 미국 현지에 최대 규모 생산기지를 확보한 사례로, 한국콜마는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관세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 등 외부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과 캐나다를 넘어 향후 중남미까지 영업망을 확대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조직 개편도 병행된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미국 뉴저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는 생산·영업·R&D 삼각 체제를 본격 가동한다. 북미법인 대표에는 허용철 사장이, 글로벌 영업 총괄에는 에스티로더 출신 필립 워너리가 선임됐다. R&D 책임자에는 조지 리베라 박사가, 북미 R&D센터장에는 박인기 상무가 각각 발탁돼 현지 전략을 이끈다.

이처럼 인프라와 인력을 동시 강화하는 배경에는 북미 시장에 대한 높은 성장 기대감이 깔려 있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 화장품 최대 수출국으로, 미국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대미 수출 규모는 17억500만달러로 프랑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아마존 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 중인 인디브랜드를 중심으로 ODM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실적 측면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국콜마 미국 법인은 지난해 매출 579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기록해 각각 55%, 37%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0% 초반대로 국내 본사 대비 낮은 수준이다. 신공장 가동 이후 고정비 부담이 가중될 경우 수익성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포트폴리오 리스크 역시 숙제로 꼽힌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글로벌 고객사와 총 253건의 신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중 다수는 중소 인디브랜드다. 이들은 빠른 트렌드 대응력을 갖췄지만 브랜드 수명이 짧고 수요 예측이 어려워 ODM 입장에서는 생산 계획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북미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CIAF(Confidence in a Foundation) 프로젝트와 관련해 지난해 미 파트너사 웜저(Wormser)와 로레알 제품 납품 실패 책임을 놓고 맞소송에 휘말린 것도 리스크로 꼽힌다.

한국콜마는 앞서 지난 2016년 북미 최대 화장품∙미용용품 소싱 전문기업인 웜저와 손잡고 미국 화장품 ODM 회사인 '프로세스 테크놀러지 앤드 패키징(PTP)'를 공동 인수, 북미 화장품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콜마가 연구개발 및 생산부문을, 웜저는 영업 및 마케팅부문을 담당했다.

이후 2018년 하반기 웜저는 로레알 미국에 CIAF 제품을 판매키로 하면서, 콜마는 해당 제품의 액상 파운데이션을 제조했다. 하지만 2019년 로레알이 제품 품질 문제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소송에 휘말렸다.

로레알은 콜마와 웜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합의를 봤으나, 지난해 11월 말 콜마가 웜저 주문에 따라 원재료 구매와 대량 생산을 했고, 이로 인해 약 16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보관료 등의 명목으로 웜저에 약 243만달러(한화로 약 34억원)를 청구했다. 올해 1월 웜저 또한 콜마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맞청구한 상태다.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에 반해 이같은 외부 변수에 따른 불확실에 따라 한국콜마의 북미 공략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해왔다"며 "현지 생산역량과 R&D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사 신뢰를 강화하고 북미 시장 내 입지를 점차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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