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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게 터졌다" EU, 애플·메타 DMA 위반 7억유로 벌금…美 "경제적 갈취" 발끈

김문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유럽연합(EU)이 디지털시장법(DMA)을 근거로 애플과 메타에 총 7억유로(한화 약 84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데 대해 미국 정부가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갈취(economic extortion)'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는 해당 제재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규정하고,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간 기술 패권 및 통상 주권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화선이 된 이번 벌금 부과는 EU가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을 토대로 처음 집행한 비준수 제재다. EU 집행위원회는 애플에 대해 앱스토어 내 ‘스티어링 금지’ 위반을, 메타에 대해서는 사용자 개인정보 통합에 대한 진정한 선택권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위반 사유로 들었다.

애플은 앱 개발자들이 외부 결제 옵션을 사용자에게 알리고 유도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데도, 기술적·상업적 제한을 통해 이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됐다.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용자에게 ‘동의하거나 돈을 내라(Consent or Pay)’는 이분법적 광고 모델만 제시해, 법이 요구하는 ‘개인정보를 덜 사용하는 동등한 서비스 제공’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집행위는 이 두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소비자 선택권과 경쟁사 진입을 저해했다고 보며, 애플에는 5억유로, 메타에는 2억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DMA 발효 후 최초의 본격적인 제재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같은 제재에 대해 미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EU의 이번 결정은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은 초국가적 규제이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혁신을 저해한다”며 “이런 형태의 경제적 갈취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제재는 무역 장벽(trade barrier)이며, 자유 시민사회를 위협하는 직접적 위협”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시절부터 외국의 일방적 디지털 규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며, 이번 제재가 미-EU 무역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의 테크 산업 로비 그룹들은 이번 벌금 부과를 ‘비관세 무역장벽’이라 표현하며 백악관과 의회에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EU는 DMA를 통해 플랫폼 경제에 공정 경쟁과 사용자 권리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이를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침해하는 ‘차별적 규제’로 보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 사업이 국경 없는 확장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각국의 규제 주권과 글로벌 기술 기업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데 있다.

특히 애플과 메타에 이어 구글, 아마존, 틱톡 등도 DMA상 ‘게이트키퍼’로 지정되어 있어, 향후 추가 제재가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술 규제나 데이터 보호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을 둘러싼 신냉전형 무역 질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김문기 기자
mo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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