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촬영·미술·음악감독이 본 '폭싹 속았수다'는?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지난달 7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16부를 끝으로 사계절을 완성한 가운데, 해당 드라마에 참여했던 촬영·미술·음악감독이 8일 콘텐츠에 대한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제주를 배경으로 시작된 '애순'과 '관식'의 일대기를 그린 폭싹 속았수다는 전 세대의 공감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국내외에서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폭싹 속았수다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1위를 기록한 폭싹 속았수다는 42개국 톱10에 올랐다.
글로벌 흥행 1위를 기록한 폭싹 속았수다는 촬영·미술·음악 등 다양한 부분에서 호평을 받았다. 바다와 산, 시골과 도시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자연의 풍광과 절경 뿐만 아니라 1960년대부터 현 세대까지의 시대상을 관통하는 선곡 또한 폭싹 속았수다만의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폭싹 속았수다만의 정취를 만들어낸 이들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시대적인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키포인트라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폭싹 속았수다 촬영·미술·음악감독과의 일문일답.
Q. 촬영 또는 조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과 미션이 있었다면.
A. 최윤만 촬영감독: 폭싹 속았수다를 준비하면서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은 '과하지 말자' 였다. 보통 예산이 큰 작품을 맡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부분이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비주얼적으로 공을 들이게 되는 것 같다. 이 드라마에서는 최대한 평이하고 편안한 비주얼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쉽게 표현하면 금 혹은 은의 재료를 가지고 토속적인 항아리처럼 아웃풋이 나오게 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으면 싶었다. 배우들이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서 기술적인 부분으로 그들의 연기가 제한되지 않았으면 했다. 조금 더 좋은 앵글이나 빛을 위해서 배우들의 동선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캡처하려고 노력했다.
Q. 미술팀, VFX(시각특수효과)팀 등 다양한 팀과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A. 최윤만 촬영감독: 여러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을 촬영하면서 미술팀, VFX팀과의 협업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1960~1970년대와 같은 시대극은 그냥 촬영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남아있지를 않기 때문에 특히 협업이 중요했다.
류성희·최지혜 미술감독님이 준비해 주신 세트를 바탕으로, VFX팀이 후반에 덧붙여준 미술의 완성 혹은 디테일의 추가가 없었으면 결코 완성되지 않았을 장면들이라고 생각한다. 촬영감독으로서 제일 중점을 둔 부분은 '만들어진 세트를 최대한 잘 담아내자' 그리고 VFX팀이 캡처된 이미지를 기술적 어려움 없이 완성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가능성 여부를 소통하는데 뒀다.
Q. 폭싹 속았수다의 전반적인 프로덕션 디자인의 컨셉 또는 주안점이 있었다면.
A. 류성희·최지혜 미술감독: 폭싹 속았수다는 단순히 하나의 사건을 그린 시대극이 아니라, 한 가족의 희로애락과 함께 한국 현대사 65년을 관통하는 여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미술적으로도 시간, 공간, 인물이라는 세 가지 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했다. 단순한 시대 재현에 그치지 않고 각 시대가 지닌 공간의 정서를 컬러, 패턴, 질감 등 미술적으로 활용 가능한 요소들로 풀어내려 했고 고증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또 현재의 시선에서도 세련되게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하면서, 젊은 세대가 시대극을 보며 또 다른 방식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시도한 점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김원석 감독님은 이 작품의 미술을 단순한 시대 재현의 수단으로 보지 않으시고 대본에 담긴 정서와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큰 가치를 두셨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 인물의 글씨체 하나까지도 고증과 디테일을 직접 꼼꼼히 챙기고 섬세하게 확인하고 컨펌하셨고, 미술 회의 현장뿐 아니라 촬영 중간에도 임상춘 작가님께 직접 전화해 인물의 감정과 미술적 정서를 함께 조율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런 적극적인 소통이 저에게는 굉장히 새롭고 멋지게 다가왔고, 함께 만들어간다는 감각이 있어 더 뜻깊은 경험으로 남아 있다.
Q. 고증과 창조, 세트와 로케이션, 오픈 세트 등을 어떻게 조화롭게 작업했는 지.
A. 류성희·최지혜 미술감독: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고증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서사와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물리·시대적 배경을 넘어, 감정으로서의 풍경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디자인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사실적인 배경을 전달하기 위해 로케이션을 많이 사용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었고 미술적인 드레싱 없이 그대로 사용한 장소는 '금명(아이유 분)'이가 결혼한 성당, '관식(박해준 분)'이가 건강검진을 받은 병원 정도였다.
고증과 리얼리티는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항상 세심하게 신경 써야 했지만, 이 시나리오처럼 감정이 계절의 흐름처럼 살아 있는 이야기에서는 때로는 인상파나 표현주의 회화처럼, 기억이 사실성을 압도하는 순간들이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사춘기나 첫사랑을 떠올릴 때 공간의 디테일보다는 눈부신 빛, 조명의 감도, 공간의 색감, 냄새처럼 감각적인 기억이 더 선명한 것처럼. 그래서 '애순(문소리 분)'과 '관식'의 인생에서 기억으로 남을 법한 공간들-예를 들어 그들의 청춘, 가출했던 도시, 짐을 통째로 도둑질당하고 경찰서까지 갔던 청춘의 도시 부산은 마치 강렬한 꿈처럼 기억될 수 있도록 상정했다. 조명, 벽지, 의상 컬러와 패턴을 사용해 가장 몽환적인 색감으로 접근했다.
또 그들의 첫 신혼방, 첫 셋방이었던 도동리 상회 방 같은 공간은 한 칸짜리 작은 방이지만 그들의 감정처럼 사랑스럽고 생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디자인 요소들을 구성했다. 그들의 공간뿐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의 공간이 소박하지만 초라하지 않게 보이기를 바랐고, 그 점을 전반적인 디자인의 정서로 유지하고자 했다.
Q. 선곡을 진행하실 때 프로듀서, 미술감독, 편집 기사와 어떻게 선곡 작업을 했나.
A. 박성일 음악감독: 선곡은 감독님께서 대본 개발 단계부터 촬영 때까지 이미 많은 고민이 있으셨던 걸로 알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키스탭분들의 의견도 많이 청취하셨다고 들었다. 저는 감독님과 드라마 '시그널'을 함께 작업할 때 60년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다. 오히려 선곡에 사용된 대부분의 곡들은 그 당시 감독님과 제가 생각하는 한국의 잘 만들어진 고전음악 중에 다 선곡을 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음악은 사람들에게 그 시대의 기억을 바로 소환할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 작품에서는 선곡으로 시대상을 표현해야 해서인지 특히 전반부 에피소드에 선곡이 많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꼭 필요한 선곡이 아니라면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느꼈다. 오히려 저는 전반부의 선곡을 꼭 필요한 씬이 아니면 줄이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몇 씬은 예정돼 있는 선곡이 삭제되고 새로 작곡한 오리지널 음악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Q. 음악적으로 '애순'과 '관식' 삶의 사계에 있어 어떤 차별점이 있었나.
A. 박성일 음악감독: 사계를 따라 음악을 배치하진 않았고 감정에 조금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계절의 느낌에 따라 설정한 신의 음악적 디자인을 몇 가지 설명하자면, 1부 '병철(오정세 분)'의 양배추밭에서 흐르는 '애순의 테마'를 위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첼로가 멜로디를 시작하고 이어지는 국악 피리는 더 목가적으로 느껴지게 소프트한 감정으로 연주했다.
5부 '애순'이가 '광례(염혜란 분)'의 집을 다시 사서 들어가는 신은 김정미의 '햇님'을 선곡했는데 음악보다는 여름밤의 풀벌레 등의 효과음이 더 잘 들리도록 음량을 설계했다.
11부 '금명', '영범(이준영 분)'의 이별신에서는 홍이삭의 '내사랑 내곁에'를 편곡해서 사용했는데 앞부분은 차분한 대사 톤에 맞추어 홍이삭 님의 담담한 키에 맞춰 시작했다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간주 이후 전조하여 보컬이 더 돋보이는 전략으로 편곡했다. 16부 '동명'의 무덤 앞에서 흐르는 '애순의 테마'는 1부와는 달리 스캣 창법의 목소리와 차가운 느낌으로 연주한 피리가 전체 신을 이끌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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