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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로 맞붙자” 통신3사, ‘비통신’ 사업 부진 역사 넘어설까

오병훈 기자
(왼쪽부터) 유영상 SKT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각 사]
(왼쪽부터) 유영상 SKT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각 사]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지난달 31일 KT를 마지막으로 국내 통신3사 정기주주총회가 막을 내린 가운데, 각사는 올해도 일제히 기업가치 제고 주요 전략으로 ‘인공지능(AI) 수익 실현’을 강조하고 나섰다.

통신3사 AI 사업 전략은 대동소이하다. 기업 대상 거래(B2B) 시장에서 AI 시스템 구축을 대리해주는 AI 전환(AX) 사업을 통해 수익을 실현해 동력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국내 AI 사업 대표주자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올해 주총에서는 각사 사업 전략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제기됐다. 과거 비통신 사업의 시장 안착 실패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또, 이같은 사업 다각화 방식을 둘러싸고 일부 임직원과 갈등을 빚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기존 SI 역량에 AI 결합…현실적 수익확보 움직임 본격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주주들 앞에서 공통적으로 AX 사업 리더가 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통신3사가 유독 AX에 집중한 이유는 당장 현실적인 수익 창구로 적합할 것이란 판단으로 풀이된다.

각사는 그룹사 차원에서 모두 시스템통합(SI) 및 시스템관리(SM) 사업을 영위해오던 터였다. 모그룹 계열사 및 자회사에서 확보한 SI·SM 역량에 AI 기술을 결합하겠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은 SK C&C, KT는 KT클라우드 및 KT DS, LG그룹은 LG CNS와 LG AI 연구원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이들이 AX 사업을 핵심 수익원으로 본 이유는 산업별 특화 AX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국내 AX 시장 규모는 올해 6조3000억원에서 2029년 17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 규모는 355조원에서 970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먼저, SK텔레콤 유영상 대표는 지난달 26일 개최된 정기주총에서 AX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데이터센터(DC)부터 AI 서비스까지 총망라하는 ‘AI 피라미드 2.0’ 사업을 강조하고 나섰다. AI 데이터센터(DC)부터 AI B2B(AIX), AI B2C(에이닷, 애스터)까지 ‘하드웨어-모델링-SI-서비스’로 이어지는 AI 생태계 전방위에 대한 사업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날 “지난해 AI B2B 사업에서 매출 600억원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3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통신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내며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했던 저력을 바탕으로 AI 사업을 고도화해 주주가치와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을 중심으로 하는 AX 전략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난해 MS와 협력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5에서 ▲AX딜리버리센터 출범 ▲한국적 AI 모델 개발 ▲KT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SPC) 등 협력 사항을 구체화했다. AX딜리버리센터는 MS와 KT 직원이 함께하는 서비스로, AI 구축 컨설팅부터 실제 운영까지 기업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한다. 한국적 AI 모델은 한국 특화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이다. KT SPC는 국내 규제 준수 및 데이터 보호 등에 초점이 맞춰진 클라우드 서비스다.

김영섭 대표는 지난달 31일 개최된 주총에서 “중장기 밸류업 계획을 통해 AI 및 IT 중심 성장 비전이 구체화되면서, KT 기업가치 또한 향상됐다”며 “올해 기업 대상 거래(B2B) AX, AI 기반 통신기술(CT), 미디어 사업 혁신으로 기업가치 향상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신임 대표는 주주들과 첫 대면식에서부터 AX 전략을 강조하고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그로쓰 리딩 AX컴퍼니(Growth Leading AX Company)’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AX 사업을 통한 성장 동력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산업 성숙기에 도달한 통신 사업 외에도 수익성 확장을 위한 AI B2B 사업에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주총에서 “통신으로 대표되는 소비자 대상 사업(B2C)은 성장이 제한되는 만큼, B2B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며, 현재 기업들은 클라우드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며 “LG유플러스는 데이터센터 사업자로서, 네트워크 및 서버 시장 확장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으며, 워크에이전트 영역까지 B2B 사업을 확대 중”이라고 강조했다.

◆비통신 사업 부진은 ‘숙제’…실패가 성공의 어머니 될 수 있을까

통신3사가 주총에서 AI 사업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상황 속, 현장에선 새로운 신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우려 시선도 교차했다. 과거 통신3사의 비통신 사업 시장 안착 실패, 혹은 부진 사례가 다시금 언급되면서 비통신 사업의 불확실성 우려가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그간 통신3사는 통신 매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비통신 혹은 탈통신 사업 먹거리 발굴에 힘써왔지만, 업계에서는 통신3사가 ICT 분야에서 안정적인 먹거리를 확보한 경우는 드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로봇이나 UAM, 메타버스 등 근 몇년 새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실질적인 수익창출은 못하고 사업이 축소되는 등 역사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당장 올해 주총에서 도심항공교통(UAM)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UAM을 둘러싼 여러 규제 상황이나 기술 수급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당초 올해 예정됐던 UAM 상용화 계획이 불투명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31일부로 철수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사업에 대해서도 방향을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트윈 사업 일환으로 이프랜드 사업방향을 재정립하고, 향후 AI 사업에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유영상 대표는 “당시 시장 환경을 감안해 (이프랜드) 사업을 유지하는 것 보다 폐지하고 그 역량을 디지털 트윈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뿐 아니라 KT에서도 지난 2021년 AI로봇사업단을 신설하면서 시작한 로봇 판매 및 임대사업도 수익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지난해 사업을 재편했다. 로봇 직접 판매나 임대 사업보다는 로봇 관제 등 소프트웨어 기술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23년 10월 화물중개 플랫폼 ‘화물잇고’를 출시했으나, 올해 1월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면서 사실상 사업 철수 수순을 밟은 바 있다.

이 때문에 KT 주총 현장에서는 사업 확장 및 다각화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KT의 소수 노조인 ‘KT 새노조’ 인원들은 주총회장에서 김영섭 KT 대표가 단행한 인력재배치 등 문제를 두고, 소통이 부족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관련해 다수 노조인 KT 1노조는 지난해 인력재배치와 관련해 노사 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KT는 지난해 AI 사업 확장을 위한 경영효율화 및 업무 개편 일환으로 통신인프라 관리 인력을 신설 자회사로 전출하는 재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실제로 해당 인력 재배치로 KT 기간 정함이 없는 근로자 수는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전년 대비 16.89% 감소한 1만5812명으로 집계됐다.

김 대표는 “통신인프라 자회사를 만들어 기존 인력을 배치하고, 정년이 끝나더라도 직원이 회사와 부합하고, 기술과 의지가 있으면 2~3년 가량 추가로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KT 본사 퇴직 급여와 차이는 전액 보상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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