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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통신사 AI 전략, ‘버티컬 AI’가 해답

오병훈 기자
[ⓒ챗GPT-4o(포오) 이미지 생성(ChatGPT-4o Image Generation) 모델이 제작한 이미지]
[ⓒ챗GPT-4o(포오) 이미지 생성(ChatGPT-4o Image Generation) 모델이 제작한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통신사들의 인공지능(AI) 전략을 보다보면, 화려한 AI 전략 및 브랜드 미사여구가 먼저 눈길을 이끈다. SK텔레콤 ‘피라미드2.0’, KT ‘K-인텔리전스’, LG유플러스 ‘그로쓰 리딩 AX 컴퍼니’ 등 다양한 전략 마케팅 용어가 휘황찬란하다. 트렌디하고, 심오한 AI 기술 특성을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 덕분인지 이름만 들으면 이미 미래 세대 AI가 도래한듯한 느낌을 준다.

최근 진행된 SK텔레콤·LG유플러스 주주총회에서도 이 같은 용어들은 지속적으로 강조됐다. 주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주주총회 현장인 만큼, AI 전략 청사진을 선명하게 표현하고 싶은 경영진들의 전략이 반영된 모습이다.

태생적으로 소비자 대상 거래(B2C) 서비스를 핵심 사업으로 가지고 있는 통신사 특성상, 이같은 브랜드 전략도 신규 사업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통신 3사가 앞다퉈 AI 의제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 시점, AI 어젠다를 이끌고 가는 리더로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사만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SKT하면 “피라미드”, KT ‘K-인텔리전스 혹은 한국적 AI’, LG유플러스 ‘AX컴퍼니’가 떠오를 수 있도록 브랜드 선점에 특히나 집중하는 모습이다. 각사가 개성있는 브랜드 전략을 통해 AI에 대한 이용자 관심을 환기시키고, AI 기술 시장 자체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화려한 브랜드 마케팅 아래 숨은 실질적인 전략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통신 3사는 대체로 AI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 AX 전략(B2B AI), AI에이전트, 소버린 AI 등 다채로운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종합 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 일환이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내세우고 있는 나머지 그래서 결국 ‘어떤 AI 기업’이 되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어수선한 모습은 AI 사업 전략의 실체에 대한 의문을 자아낸다.

AI 사업이 어느 한점으로 귀결되는 것인지, 그 종착지가 어디인지 불명확하다. 각종 비통신 AI, B2B AI 사업으로 실제 매출을 내겠다 강조하고 있지만, 각 산업별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으며, 각사가 가지고 있는 AX 기술 역량도 압도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다 날카롭고 명확한 AI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자본으로 중무장한 글로벌 빅테크 IT 기업을 제외하고는 저마다 산업 특화 AI를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소위 ‘버티컬AI’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면 제조, 통신이면 통신, 자사가 성장해 온 기반 아래 AI를 적용해 산업 특화 AI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통신사들이 걸어가야 할 AI 전략은 보다 명확해진다. 비통신 영역 AI 전략보다는 통신 AI 연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어떤 사업 전략들보다 통신과 AI가 접목된 서비스 개발 및 고도화에 자원과 시간을 쏟는 것이다. 타 산업군에서는 가지지 못한 방대한 통신 데이터는 통신사가 활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예컨대 획기적인 통신 특화 AI 서비스 형 소프트웨어(SaaS)를 개발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통신과 LLM을 접목하는 방법, 파격적인 서비스 개발을 위한 정책 대응책, AI를 통해 통신 서비스 효율을 파격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방법을 연구하는 등을 ‘통신’ 키워드와 AI를 접목하고 연구하는데 시간과 자원을 쏟아야 한다.

AI 시대에도 통신 사업은 데이터와 데이터, 단말과 단말 사이를 이어주는 신경망으로써 분명한 역할과 비중이 있다. 통신 기술에 대한 AI 접목 연구야 말로 통신사가 가지고 가야할 진정한 AI 혁신 전략인 셈이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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