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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찍먹] “심즈 팬 다 모여라”… ‘인조이’, 잠재력은 확실하다

문대찬 기자
기자와 최대한 비슷한 외형으로 조이를 만들어봤다. 독선적인 성향도 빼다 닮았다.
기자와 최대한 비슷한 외형으로 조이를 만들어봤다. 독선적인 성향도 빼다 닮았다.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의 대표작인 ‘심즈’의 대체재로 주목받은 ‘인조이’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게임이었다. 진일보한 그래픽과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창작 도구, 다양한 상호작용 요소 등 장르 팬이라면 매력을 느낄 만한 콘텐츠가 가득했다. 최적화와 완성도 문제만 꾸준히 개선해나간다면 장르 내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것은 물론, 크래프톤의 해외 시장 영향력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 스팀을 통해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형태로 공개되는 인조이는 크래프톤이 올해 처음 선보이는 신규 IP(지식재산)다. 가상공간에서 나만의 삶을 자유롭게 설계하고 즐기는 게임으로, 심즈 시리즈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그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도원, 한국정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도원, 한국정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고품질의 그래픽이다. 각국의 주요 도시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가상공간이 언리얼엔진5를 통해 생동감있게 그려진다. 서울에서 영감을 받은 도시 ‘도원’의 경우 건물 형태나 여러 간판, 음식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몰입도가 높았다. 미국 서부 해안가를 배경으로 한 ‘블리스베이’는 떨어지는 떨어지는 석양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녹는 기분이다. 원한다면 서핑 보드를 구매해 하루 종일 해변에서 서핑을 할 수도 있다.

크리스피 도넛 사진을 첨부해 귀걸이를 만들어 붙였다.
크리스피 도넛 사진을 첨부해 귀걸이를 만들어 붙였다.

AI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높은 자유도를 자랑했다. 기본 프리셋을 바탕으로 의상에 다양한 색상과 패턴을 적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눈 위치나 높이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조정이 가능했다. 이미지만 넣으면 자동으로 3D 형태로 변환해주는 프린터 기능을 활용해, 도넛 모양 귀걸이를 제작해 캐릭터에 착용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시간과 정성만 있다면, 현실의 나와 쏙 빼닮은 캐릭터 구현도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다.

이러한 높은 자유도 덕분인지, 유저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공유하고 또 내려받을 수도 있는 공간인 크래프톤 ‘캔버스’에는 개성 넘치는 ‘조이(캐릭터)’들이 벌써부터 가득했다. 유명 아이돌 가수인 장원영을 구현한 조이들도 많이 보였는데, 이중 한 이용자가 만든 ‘원영 조이’는 좋아요 370개, 다운로드 대기 1100회를 기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외 인조이는 플레이어의 얼굴 표정을 인식해 조이가 실시간으로 따라하도록 만드는 ‘페이셜 캡처’ 기능도 제공한다. iOS 이용자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이라 직접 사용해보진 못했지만, 스트리머나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으로 활용 여지가 매우 높아 보였다. ‘모션 캡처’ 기능을 통해 플레이어나 현실 속 다양한 움직임 등을 ‘조이(캐릭터)’가 따라하게 만들 수도 있다.

프리셋을 이용해 근사한 집을 뚝딱 만들었다. 미국 서부 해안에 내 집이 생겼다.
프리셋을 이용해 근사한 집을 뚝딱 만들었다. 미국 서부 해안에 내 집이 생겼다.
러닝머신이 있는 단독 주택 마련 꿈을 이뤘다.
러닝머신이 있는 단독 주택 마련 꿈을 이뤘다.

자유로운 건축 기능도 장르 팬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요소다.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의 프리셋을 제공해 ‘똥손’도 손쉽게 근사한 주거지를 만들 수 있다. 향후엔 AI 건축 기능도 도입할 예정인데, 이 경우 30층에 이르는 초고층 건물을 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

얼리 액세스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인테리어 소품의 종류도 이미 다양했다. 기계식 키보드, 커피 머신, 안마기 등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아이템들이 즐비했다.

특히 도원에서는 초록색 페인트가 칠해진 옥상, 우체통이 달린 철제 대문, 전통 문양이 새겨진 창틀 등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소품들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풍 인테리어 요소가 부족해 아쉬움을 느껴왔던 심즈 팬들에게는 반가운 변화다.

해변에서 만나 가까워진 '마르티네스 조이'. 결국엔 결혼까지 성공했다.
해변에서 만나 가까워진 '마르티네스 조이'. 결국엔 결혼까지 성공했다.

상호작용 요소도 즐비했다. 도시 내 대부분의 오브젝트와 물리적 상호작용이 가능했으며, 다른 ‘조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매우 다양했다. 가까워진 조이가 문자를 보내오면, 이에 대해 준비된 여러 답변 중 하나를 선택해 화답할 수 있다. 때론 선물을 주고 받기도 한다.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도시 곳곳을 누빌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소방관, 아이돌, 기자, 프리랜서 등 다양한 직업을 선택해 해당 직업군의 삶을 체험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돌 연습생이 됐다. 미션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거울을 보며 하루 종일 춤추기다.
아이돌 연습생이 됐다. 미션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거울을 보며 하루 종일 춤추기다.

‘스마트 조이’ 기능을 통해 보다 풍부한 상호작용도 경험할 수 있었다. 명령 프롬프트를 활용해 조이에게 특정 성향을 주입하면, 다양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변화하는 조이의 내면을 관찰할 수 있다. ‘자유로운 연애를 원함’이라는 성향을 입력하자 조이가 곳곳에서 추파를 던지며, 연애 성향이 다른 조이들에게 반감을 사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현대아이오닉5 차주.
나는 현대아이오닉5 차주.

사업적인 측면에선 DLC(추가 콘텐츠) 외 다양한 수익모델(BM) 도입 가능성도 엿보였다. 인조이 안에선 삼성, LG, 현대의 제품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향후 의류, 주얼리 등 다양한 종류의 업체들과 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물론 미완성 단계인만큼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다. 타로 카페에서 나홀로 타로를 본다든가, 친하지도 않은 조이의 집에 마음껏 드나들 수 있다든가, 임신이 불과 2시간 만에 이뤄지는 등 몰입도를 깨트리는 장면들이 자주 연출됐다. 스마트 조이 기능을 켰을 때 조이의 속마음이 영어로만 표현되는 등 기본적인 언어 지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블리스베이 해변가에 있는 놀이공원.
블리스베이 해변가에 있는 놀이공원.

고품질 그래픽과 다양한 상호작용 요소는 몰입감을 높이는 장점이지만, 그만큼 게임이 지나치게 무거워진 점은 과제로 남는다. 기자의 PC는 인조이의 권장 사양을 웃도는 AMD Ryzen5 7600 6코어 CPU, RTX 4070 그래픽카드, 32GB 램을 갖췄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그래픽 깨짐이나 프레임 드롭 현상이 심하게 발생해 게임 경험을 해쳤다.

현재로선 부품을 전면 업그레이드할 만큼 인조이가 장르적 성취를 이뤘다거나, 콘텐츠 측면에서 완성도와 매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적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다면, 초반 이용자 유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크래프톤은 인조이 출시 후 3개월 단위로 업데이트를 진행해 게임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수영장과 지하실 등 콘텐츠를 추가하고, 신도시도 공개한다. 직업 가짓수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DLC나 업데이트는 정식 출시 전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인조이를 통해 또 한 번 국산 게임으로서 남다른 장르적 성취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대찬 기자
freez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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