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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절실" 우리금융, 사외이사 대폭 물갈이했지만… 여전한 물음표

강기훈 기자
ⓒ우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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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사외이사 절반 이상을 바꾸며 쇄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임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 건으로 홍역을 치른 만큼 내부통제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같은 조치가 실질적인 내부통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견해가 엇갈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사외이사 7명 중 5명의 임기가 다음 달로 끝난다. 정찬형 사외이사는 6년의 임기를 모두 채웠기에 연임이 불가능하다. 이밖에 윤인섭·신요환·윤수영·지성배 사외이사는 올해 주주총회가 열리는 3월 임기가 끝난다.

이에 우리금융은 5명 중 윤인섭 사외이사를 재외한 4명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영섭·이강행·김영훈·김춘수 등 4명을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 다른 금융지주들이 비교적 소폭의 사이외사 교체에 그친 것과 비교해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사외이사 38명 중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이사는 총 27명이다. KB금융의 경우, 임기가 끝나는 6명 중 2명만을 교체한다. 신한금융은 7명 중 2명, 하나금융은 5명 중 1명을 바꾼다. 특히 농협금융은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4명이 전원 연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여전히 쇄신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행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금융 측은 이번 대폭적인 사외이사 교체 이유에 대해 "내부통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권 전반의 지배구조 쇄신 흐름에 맞춰 이사회 개편을 단행하고, 신임 사외이사 4명을 추천했다"며 "새로 구성될 이사회와 윤리·내부통제위원회가 체계적인 내부통제를 바탕으로 경영 안정성과 주주가치 제고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지난 몇년간 굵직 굵직한 금융 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생겼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 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 건이 결정타였다. 이사회가 버젓이 존재하는 데도 불구하고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의 이 같은 쇄신책이 내부통제 강화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유보적인 시선도 있다. 이번 인사의 '콘셉트'가 내부통제라지만 새 사외이사 후보들의 면면을 봤을 때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영섭 사외이사 후보의 경우, 금융과 리스크 관리 분야에 전문성이 있으나 내부통제만을 다룬 경험은 없다. 또 각각 재무와 디지털에 능통하다고 해서 추천된 이강행·김영훈 후보 또한 마찬가지다. 김춘수 후보는 과거 유진기업에서 윤리경영실 초대실장을 역임해 내부통제 업무를 경험이 있으나 경력이 3년밖에 되지 않는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새로 선임될 사외이사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정말로 '내부통제통'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체와 같은 쇄신책도 좋지만 사외이사 본연의 업무인 감시 기능을 우리금융이 보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반대한 건은 0건"이라며 "최근 소수 비판 의견도 나오고 있긴 하나 아직 부족하며, 회사 경영진이 잘못된 결정을 할 때 사외이사들이 이를 견제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금융이 사외이사들을 거수기로 전락시키지 않고 충분하게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부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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