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AI 기업, 해외서 살아남으려면 정부 지원사격 필수"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한국 기업이 해외에 제대로 진출하려면 국내와 다른 현지 시장에 대한 적응을 돕는 정부 지원책이 중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왔다.
안재만 베슬AI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비스, 시작부터 글로벌이어야 한다' 토론회에서 "미국과 한국 시장 간 근본적인 크기는 시장 규모에 있다. 성공 공식에서도 차이가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AI 통합 플랫폼 운영사 베슬AI는 지난 2020년 창업 후 이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설립했다. 현재까지 160억원가량 투자를 유치했다. 주요 사업인 MLOps(ML옵스·머신러닝운영) 플랫폼 '베슬'은 국내외 많은 기업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UC 버클리 등을 중심으로 나스닥 상장사나 AI 스타트업들이 베슬을 사용하고 있다. 구글, 오라클, 엔비디아와 같은 굵직한 회사들과도 파트너십을 맺으며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안재만 CEO는 미국 포브스에서 선정한 '2025년 주목할 만한 AI 창업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안 CEO는 "한국에서는 현대차, 티맵모빌리티, 한화생명, 야놀자 등 매우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미국 진출 초기에는 우리 제품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며 "현지 자본을 끌어오려고 할 때도 한국 시장 성과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한국은 미국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시스템 통합(SI) 분야 대기업과 경쟁해야 했다면 미국은 시장이 크다보니 하나에 집중해도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 AI 기업이 해외 시장을 두드릴 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비용 부담에 따른 인프라 고민'과 '사전 기술 검증(PoC) 등을 통한 초기 사례를 만드는 것'을 꼽았다.
안 CEO는 "미국 정부는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작은 단위 과제 PoC와 유지 케이스를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은 이러한 사업 수주 과정이 복잡하고 형평성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다"고 전했다.
국가 주도의 AI 인프라를 구성할 때 최신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한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 필요성도 제안됐다. 안 CEO는 "전 세계 AI 시장은 GPU를 사용한 모델 학습에서 벗어나 수십 개 모델들이 협업하는 오케스트레이션 기술로 발전 중"이라며 "(한국도) 여러 모델과 에이전트(비서)가 협업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 인프라를 만드는 게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이 AI 스타트업 생존 원년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업계를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는 요청도 나왔다. 안 CEO는 "많은 AI 스타트업이 문을 닫고 있고 어려운 상황"이라며 "AI 자체는 3~5년 안에 우리 삶을 바꿀 만한 기술인데도 불구하고, 이 '데스벨리'를 넘지 못해 기술 주도권을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AI 고속도로'처럼 정부에서 여러 PoC 사례를 만들어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정부 직접 투자가 어렵다면 일정 수준 투자를 받은 기업에 대출에 대한 펀드를 매칭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한다면 각국 상황 최적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업계 제언도 있었다.
김효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국내 AI 서비스가 각 국가 상황에 커스텀할 수 있어야 경쟁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에서 원소스를 쓰겠다는건 나라마다 서비스를 따로 만드는 셈이다. 결국 비용을 최소화하는 커스텀 설계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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