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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SMC가 주식회사인지 여부만 따져…고려아연 분쟁 변수 되나

최천욱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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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최천욱 기자] 법원이 지난 7일 고려아연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판결을 내리면서 고려아연 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주식회사인지 여부에 대해서만 다룬 것으로 나타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SMC가 주식회사로 인정받는다면 상호주 보유를 통한 의결권 제한이 적법하게 판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이번 적대적 M&A의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지난 7일 MBK·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에서 집중투표제를 제외한 안건들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는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열릴 예정인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새 이사진에 대한 투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이번 가처분에서 고려아연 자회사 SMC가 주식회사인지 여부에 한해 판단한 뒤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애초 MBK·영풍이 제기했던 SMC가 해외법인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나 혹은 SMC가 영풍 주식을 취득한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 등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는 향후 MBK·영풍이 적대적 M&A를 지속할 경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상법 제369조 제3항은 관련 회사가 모두 상법 제4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식회사’에 해당하여야 적용될 수 있다”고 전제하며 “이번 사안의 경우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 SMC 및 호주 회사법상 Pty Ltd가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상법 제369조 제3항은 주주의 기본적 권리와 재산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규정으로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는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은 또 판결문을 통해 “고려아연이 제시하고 있는 SMC 및 Pty Ltd의 일부 특징들(유한책임, 이사의 존재, 상법상 주권과 유사한 증서의 발행 등)은 상법상 주식회사에도 존재하는 특징들이기는 하다”며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법상 주식회사와는 명시적으로 다른 특징들(지분양도의 원칙적인 제한, 주주의 수 제한, 상장 제한 등)이 존재하는 이상, 위 SMC 및 Pty Ltd가 상법상 주식회사에 명확히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MBK·영풍은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불법적인 상호주 구조 형성을 위해 강제된 SMC의 영풍 주식매매거래는 즉각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MC가 단행했던 영풍 주식 취득 전반에 대해 위법하다는 식의 주장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SMC의 영풍 주식 취득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법원의 판단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며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법원의 가처분 판결 직후 영풍이 의결권 제한을 풀려 했던 조처들을 지적했다. 영풍은 총 자산의 70.52%, 자기자본 대비 무려 91.68%에 달하는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현물출자했다.

이는 결국 영풍이 SMC가 주식회사로 인정받을 경우 다른 조건들과는 관계없이 의결권이 제한될 것을 우려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되려 SMC가 주식회사로 인정받았다면 상호주를 통한 의결권 제한이 적법하게 판단될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사례 뿐만 아니라 향후 여러 경영권 분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SMC는 모회사 고려아연이 적대적 M&A에 직면하면서 회사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우려해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SMC 스스로의 기업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최근 MBK가 10년 전 인수한 기업 홈플러스에 대한 기습적 기업회생절차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SMC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천욱 기자
ltisna7@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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