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박대리보고서] '역대급 규모' 자랑한 인터배터리…포스트 캐즘 방향성 제시

고성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소부장박대리 독자 여러분, 이번 주도 열심히 달린 박대리가 이차전지·에너지 이슈를 들려드립니다. <박대리보고서>에서는 금주에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뉴스를 선정해, 보다 쉽게 풀어드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박대리보고서와 함께 놓친 이차전지·에너지 이슈, 체크해보시죠. <편집자주>


인터배터리 2025 관람객. / 사진 = 배태용 기자
인터배터리 2025 관람객. / 사진 = 배태용 기자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글로벌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로 자리매김한 '인터배터리 2025'가 7일 막을 내렸습니다. 전기차 수요 정체에 따른 캐즘(Chasm)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부스 전시와 참관객을 동원하면서 성황리에 마무리를 했죠. 이번 행사에서는 '포스트 캐즘' 이후 찾아올 배터리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글로벌 시장 속에서 기술 발전 주도할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쟁력 등이 쏟아졌습니다. 동시에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이는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숙원 과제를 남기기도 했죠.

올해 인터배터리 2025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코엑스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서 5일부터 7일까지 개최됐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13개국 688개 배터리 업체가 참가해 2330개 부스를 운영했으며, 참관객 수는 약 7만7000명(잠정치)에 달했죠. 지난해 기록했던 7만508명을 훌쩍 뛰어넘으며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관심도를 입증했습니다. 개막 첫날(5일)에는 2만1781명의 참관객이 방문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난해(2만1657명)보다 증가한 수치죠. 해외 기업의 참여도 172개(전년 대비 +49%)로 증가했습니다.

이번 인터배터리에서는 각 기업들이 조만간 상용화될 신제품과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신기술들이 대거 주목을 받았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인터배터리 행사 부스에서 46시리즈 셀 라인업(4680, 4695, 46120)를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했습니다. 이는 기존 배터리(2170) 대비 에너지와 출력을 최소 5배 이상 높이며 향후 원통형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는 제품이죠.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까지 테슬라 등 전략 고객사와 등을 고려해 46파이 배터리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리비안, 벤츠 등 다양한 고객사를 포섭하게 되면서 이를 공개했습니다. 부스 중앙에 배치된 CAS(Cell Array Structure) 기술도 이목을 끌었죠. 이는 46시리즈 배터리 성능을 극대화하고 전기 회로·열 폭주 방지 등 기능이 탑재된 솔루션입니다.

'인터배터리 2025'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전시된 LFP배터리 CTP(위) 제품과 고전압 미드니켈 파우치 배터리(아래)
'인터배터리 2025'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전시된 LFP배터리 CTP(위) 제품과 고전압 미드니켈 파우치 배터리(아래)

이밖에 올해 말이나 내년 중 양산될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들도 대거 등장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LFP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모듈을 제거한 셀투팩(CTP) 솔루션을 소개하는 한편, 작동 전압 범위를 4.4V 높여 메인스트림에 대응 가능한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도 공개했습니다. 차세대 기술로는 바이폴라와 나트륨(Sodium) 이온, 전고체 배터리 등도 잇따라 전시했죠.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 대비 원료가 풍부해 가격이 싸고 저온 성능이 높아 차세대 저가형 배터리 중 하나로 불립니다.

SK온은 주력인 파우치형 배터리와 함께 3대 폼팩터로 꼽히는 각형,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했습니다. 각형은 기존에 개발한 사이드 터미널 단자(양방향) 배터리 외에도 탑 터미널 방식의 단방향 배터리까지 개발해 전시했고, 원통형 배터리도 차세대 제품인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롤 공개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2023년 공개한 CTP 기술에 액침냉각, BMS 기술을 결합한 'S팩 플러스(S-Pack+) 솔루션도 선보였죠.

삼성SDI는 주력 폼팩터인 각형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주력 폼팩터의 강점을 강조했습니다. 각형 배터리의 터미널 단자를 비롯, 폼팩터의 높이나 좌우 길이 등을 변형해 여러 차종에 맞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죠. 전시된 각형 배터리는 ▲사이드 터미널 ▲소형(Tall) ▲대형(Big) 규격으로 나눈 폼팩터 변형 제품과 케미스트리 구분에 따라 ▲하이니켈 NCA 기반 프리미엄 ▲고전압 미드니켈(볼륨) ▲LFP (엔트리) 등이었습니다.

핵심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들의 신기술 전시도 잇따랐죠. 에코프로는 원가 절감을 위해 택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법인 인수 계획을 상세히 전시했고, 포스코퓨처엠은 LFP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성능을 강화한 LMR(리튬망간리치) 양극재를 내세웠습니다. 엘앤에프는 LFP 양극재를 중점적으로 확대하며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밝혔으며, LG화학은 별도의 전구체 없이 맞춤 설계된 메탈을 소성해 양극재를 제조하는 '전구체 프리 양극재(LPF)'를 국내 최초로 양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인터배터리 2025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 사진 = 배태용 기자
인터배터리 2025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 사진 = 배태용 기자

신기술 소개와 회사의 주요 전략은 '더 배터리 컨퍼런스'를 통해서도 소개됐죠.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와 신규 서비스 사업을 통한 캐즘 극복 전략을 제시했으며,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통한 시장 돌파 전략, SK온은 AI 기반 배터리 기술 융합을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와 함께 눈에 띄었던 전시나 업체는 바로 중국 업체들이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24개사에 불과했던 중국 기업이 올해 79개사까지 늘었습니다.

특히 중국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와 배터리 기업 EVE에너지를 비롯해, 하위 생태계를 구성하는 장비사들이 대거 출전했습니다. 특히 BYD는 고출력 원통형 배터리뿐만 아니라 고밀도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까지 풀라인업을 선보이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음을 강조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죠. 또한, 완성차 배터리 시장뿐만 아니라 ESS·소형 배터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중국 최대 장비사 중 하나인 우시 리드(Wuxi Lead, 선도지능)는 작년에 참여한 부스 대비 2배 이상 키운 부스를 마련해 충방전 사이클러·조립 공정 턴키 솔루션 등을 전시했습니다. 이밖에 SK온·LG에너지솔루션의 해외 법인 등에 납품하고 있는 항커커지와 잉커허지 등도 소규모의 부스를 마련해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7일 인터배터리 2025 A홀 전경. 폐막일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시 부스를 오가고 있다
7일 인터배터리 2025 A홀 전경. 폐막일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시 부스를 오가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인터배터리 행사를 두고 예년과 달리 점점 중요한 입지를 찾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2020년 전기차 시장 개화로 주목받은 이래, 소비자를 사로잡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업계 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트렌드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이 그렇죠. 한 기업 관계자는 "기술 전시회의 모습을 확실히 굳힌 것 같다. 예년만 해도 전기차에만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어떤 기술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더욱 의미를 두고 있다"며 "전기차를 타는 소비자나 이를 제조하는 기업들도 관심 있게 지켜본 행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인터배터리는 국내에서 열린 이번 최대 규모 행사의 열기를 유럽에서 열릴 '인터배터리 유럽 2025'에서도 발휘할 계획입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오는 5월, 독일 뮌헨에서 '인터배터리 유럽' 개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해외 네트워크 확장 및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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