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승부는 단가가 가른다"...'LMR⋅LFP⋅미드니켈' K-양극재 '각양각색' [인터배터리 2025]

배태용 기자
엘엔에프 LFP.
엘엔에프 LFP.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을 맞으며, 중저가 라인업 확대와 가격 경쟁력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배터리 단가 절감을 요구하면서, 양극재 업체들도 생산비용 절감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LG화학, 에코프로,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양극재 4사는 가격을 낮추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전략을 강조하며 차별화된 접근법을 제시했다.

각 기업들은 LFP(리튬인산철), LMR(리튬망간리치), 미드니켈, 전구체 프리 양극재 등 다양한 기술을 내세우며, 배터리 가격 절감과 고객사 맞춤형 대응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모습이었다.


먼저 에코프로는 하이니켈 배터리 중심의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원가 절감을 위한 방법으로 '니켈 직접 조달'을 선택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니켈을 직접 확보해 원가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인터배터리 2025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 사진 = 배태용 기자
인터배터리 2025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 사진 = 배태용 기자

이번 전시에서 에코프로는 인도네시아 통합 양극재 법인 설립을 전면에 내세우며, 제련-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구축해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배터리 전체 원가 구조를 보면, 니켈 기반 삼원계 배터리도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라며 "니켈 가격 하락과 인도네시아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는 올해 하반기부터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을 시작해 2026년 말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연간 20만 톤 규모로 캐파를 확장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LFP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성능을 강화한 LMR(리튬망간리치) 양극재를 내세웠다. LMR은 니켈과 코발트 함량을 줄이고 망간 비율을 높인 기술로, 가격은 LFP와 비슷하면서도 에너지 밀도를 최대 30%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LMR 양산 기술을 확보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부스에 전시된 LMR 실제품. / 사진 = 배태용 기자
포스코 부스에 전시된 LMR 실제품. / 사진 = 배태용 기자

현장서 만난 홍영준 포스코퓨처엠 기술연구소장은 "LFP의 낮은 원가와 하이니켈의 높은 성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솔루션이 LMR"이라며 "충전 속도와 가격 경쟁력 모두에서 강점이 있어,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앤에프는 LFP 양극재를 중점적으로 확대하며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회사는 LFP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고, 국내외 생산 거점을 구축해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장 관계자는 "고객사들의 수요에 맞춰 NCM(니켈·코발트·망간)과 LFP 양극재를 함께 제공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LFP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엘앤에프는 대구 구지공장에 LFP 대량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으며, 2026년 하반기 국내 생산을 시작한 후 2027년 북미 공장에서도 LFP를 양산할 계획이다.

인터배터리 2025 LG화학 부스.
인터배터리 2025 LG화학 부스.

LG화학은 별도의 전구체 없이 맞춤 설계된 메탈을 소성해 양극재를 제조하는 '전구체 프리 양극재(LPF)'를 국내 최초로 양산한다. 이를 통해 양극재 원가의 핵심 요소인 전구체 비용을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현장 관계자는 "전구체 프리 양극재는 기존 공정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이미 주요 고객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향후 다양한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터배터리 2025에서 양극재 4사는 가격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둔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지나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도 변화, 가격과 성능을 모두 충족하는 양극재를 찾고 있으며, 양극재 업체들은 이에 맞춰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배터리 업체뿐만 아니라 소재 업체들도 가격 절감을 위한 구조 재편이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양극재 4사의 차별화된 전략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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