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이어 美 싱크탱크도 경고…"AI 기본법, 진흥보다 규제 틀로 발전 중"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한국 국회 싱크탱크에 이어 미국 싱크탱크가 오는 2025년 전 세계에서 처음 시행되는 국내 인공지능(AI) 기본법 논의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산업 진흥과 규제 사이 균형점을 찾겠다는 애초 법안 취지와 달리, 제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평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이달 발간한 '한국의 기술 규제 개편' 보고서를 통해 "AI 기본법은 원래 산업 진흥에 중점을 두던 것에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엄격한 규제 프레임워크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정된 AI 기본법은 내년 1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AI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체계를 정립하는 동시에 A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자는 게 법안 목적이다.
업계는 규제 대상이 되는 '고영향 AI'에 대한 기준과 정의가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다는데 주목한다. AI 기본법은 다양한 중요한 시스템이 인간 생명, 신체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때 이를 고영향 AI로 지정한다.
이를 두고 현장에선 AI 산업 제재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 AI 기본법보다 먼저 만들어진 EU의 인공지능법(AIA)마저 업계 안팎에서 반발이 일어난 바 있다. 결국 공식 시행 시기가 유예돼 고위험 AI 내용 일부는 내년 8월, 관련된 정부 시행은 오는 2027년 8월 이후 도입될 예정이다.
ITIF는 "영향력이 큰 AI 제공 업체는 사용자에게 사전에 알리고 AI 생성 콘텐츠를 표시하며 정기적인 정부 감독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요구 사항은 안전에 중요하지만 AI 기술 혁신과 배포를 늦출 수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가 정신 연구(GEM)에서 발표한 '2023·2024 글로벌 보고서: 2025년과 성장'에 따르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전 세계 비즈니스 창출에 가장 중요한 저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은 지역 창업 기회에서 생존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하는 성인 비율이 이란보다 낮은 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TIF는 "모빌리티 서비스와 암호화폐에서 처음 볼 수 있었던 제한적인 규제 패턴이 AI에서도 반복될 위험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문재인 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사업이 좌초된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를 언급했다.
지난 2020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타다 금지법은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로 승차 공유 플랫폼인 타다 서비스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11∼15인승 승합차 경우, 렌터카 사업자의 운전기사 알선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던 법을 개정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으로 정치권에서도 정책 의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행보가 거세진 가운데, 이와 맞물려 타다 사태에 대한 갑론을박이 최근 재점화하기도 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창업주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국판 엔비디아 지분 소유 구조' 발언을 두고 "혁신 기업가를 좌절시키고 한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하면서다.
ITIF는 "한국은 EU를 따라 여러 정부 부처가 자체적으로 AI 관련 규정을 개발하는 접근 방식보다는 기존 부문별 규제에 의존하는 통일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만 관련 규제를 시행해야 균형 잡힌 AI 혁신을 위한 글로벌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도 업계 우려가 큰 '고영향 AI 개념·요건 구체화'를 비롯한 법안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AI 기본법 내실을 다지는 보완 입법과 함께 학습용데이터 저작권·개인정보 보호, 금융·의료·로봇 등 유관 산업 AI 활용을 위한 후속 입법 논의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국가AI위원회뿐만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도 여러 상임위원회 소관 입법·정책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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