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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시총 4배’ 테무, 거침없는 韓 공습…개인정보 논란은 계속

왕진화 기자
[ⓒ테무]
[ⓒ테무]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지난해 하반기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던 C커머스(차이나+이커머스) 업체들이 해를 넘기며 다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이하 알리), 테무(Temu) 등이 가격·배송 경쟁력과 판매자 혜택을 강화한 덕분이다.

특히 지난 18일, 테무가 오픈마켓 운영을 선언하고 국내 판매자 모집에 나선 것에 따른 여파는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 계속 되고 있다. 과거 알리의 성공 방정식을 관찰해온 테무는 알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한국 소비자를 공략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졌었다. 발톱을 드러낸 테무의 한국 공습이 본격화된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시장 위축 우려가 다시 제기되는 모습이다.

24일 기준 테무와 핀둬둬를 보유한 PDD홀딩스의 시가총액은 1824억달러(한화 약 260조6147억원)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점유율 1위 쿠팡 시가총액인 446억달러(한화 약 63조7926억원)의 약 4배에 이를 정도로 차이가 큰 만큼 추후 테무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예상된다.

테무는 지난 2018년 한국 사업을 시작한 알리보다 한참 뒤인 지난 2023년 7월에 등판했다. 초저가를 무기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진출 초기부터 알리 못지않게 이용자 수를 빠르게 끌어모았다. 실제로 테무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노출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C커머스를 향한 국내 시장의 높은 관심도는 테무가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계기로 풀이된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테무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는 9억건에 육박했다.

지난해 테무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전체 모바일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미국, 유럽, 중동 다운로드 순위에서는 1위에, 중남미와 일본 다운로드 순위에서는 2위에 오르는 등 파죽지세다.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또 다른 C커머스 강자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최근 들어 한국 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지난해 3월 알리바바그룹은 2억달러(한화 약 2880억원)를 들여 한국 물류센터 확보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어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는 같은 해 9월 중국 항저우 내 알리바바 캠퍼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3년 내 국내 물류센터를 짓고 2025년 상반기에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쿠팡과 네이버쇼핑의 양강 구도가 갈수록 견고해지는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의 맞손으로 강수를 둔 점도 포인트다.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 경우 이르면 올해 상반기 공동 운영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처럼 C커머스가 한국 오픈마켓 시장에 직접 진출하고 보폭을 강화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긴장감은 지난해 이맘때만큼 더없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으로 초저가 쇼핑 플랫폼을 찾는 이커머스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고객 이탈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알리와 테무 등은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며 국내 소비자가 물건을 더욱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테무 등 C커머스가 올해 국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선 그간 지속해왔던 전략인 초저가 파상 공세보다는 국내 소비자 마음을 흔들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다만 개인정보 유출이나 위해 제품 논란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올해 성과가 지난해와 큰 차이가 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테무]
[ⓒ테무]

한편, 테무는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등의 개인정보 국외 이전을 거부할 경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약관에 명시하고, 국내 고객의 정보를 제공받는 제3자 기업을 확대하기로 한 소식이 지난 21일 알려지며 곤혹을 치렀다.

다만 테무에 따르면 이곳의 개인정보 처리방침 영어 버전은 변경되지 않았고, 한국어 버전의 차이는 이전 번역상 오류로 인해 발생한 것일 뿐 원래 의미를 반영하도록 이를 수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29일 기준 테무 약관 한국어 버전은 ‘해외 송금은 당사 서비스 제공에 필수이므로, 해외 송금을 거부할 경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개인정보 해외 송금을 거부하고자 하시는 경우 계정을 삭제하거나 당사 고객센터로 문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쓰여 있다. 이에 대해 테무 측은 번역 오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21일 번역 오류가 수정된 버전으로는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은 당사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수적이므로, 귀하가 국외 이전을 거부할 경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만약 귀하가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을 거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귀하의 계정을 삭제하거나 당사의 고객센터에 문의해주길 바란다’고 적혀 있다.

즉, 약관 업데이트 후 ‘단순 해외 송금’에서 ‘개인정보 국외 이전’이라고 확대된 것이다. 다만 테무 측은 지난해 12월24일자 버전은 현재(2월 21일자) 버전과 마찬가지로 필수 동의 항목이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임을 명확히 나타내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같은 달 29일자 버전에서는 번역 오류로 인해 ‘개인정보’와 ‘해외 송금’이 부자연스럽게 병렬적으로 나열됐고, 지난 21일부터 적용된 수정된 버전은 이 번역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배포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다만 이처럼 C커머스에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풀어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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