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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압박에…삼성·LG, 가전·TV 노심초사

옥송이 기자
(왼쪽부터)삼성전자, LG전자 CI.
(왼쪽부터)삼성전자, LG전자 CI.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TV와 가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에 국내 가전 양사인 삼성·LG전자의 고민도 커진 상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저녁 상호 관세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 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에 상응해 미국도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인도는 미국산 제품에 가장 높은 관세를 책정하는 나라 중 하나다. 13일 오전 미국 백악관을 찾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협상 직전 상호 관세를 발표해, 협상에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셈법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전략적인 협상 카드로 이용하면서, 대미 수출 국가와 기업의 불안감도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내달 12일부터는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가전 양사인 삼성·LG도 관세 사정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다.

삼성과 LG는 지난 2017년 미국에서 세이프가드를 받았다. 당시 미국 가전 기업인 월풀은 양사의 세탁기 수출로 인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는다 주장했다. 이를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외산 세탁기에 대한 관세를 추가 발효한 것이다.

해당 조치를 겪었던 양사는 인근 국가에서 생산하던 가전 품목 일부를 역내(해당 지역)로 고려하는 등 리스크 대응책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로운 변수가 생겨나면서 업계는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의 분기보고서를 살피면 생활가전에 들어가는 철강류는 국내 기업인 포스코에서 매입한다. 매입 비용은 1조1391억원 가량으로, 비중은 11.7% 수준이다. 만일 철강 품목에 대한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가전업계는 미국산 철강 사용, 생산 공장 미국 이전 등 여러가지 카드를 놓고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전방위적인 관세를 예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으로 들어오는 일부 원자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건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영향을 준다. 반면, 각 국가에 부과하는 관세는 미국에 수입되는 완제품의 가격 인상을 부른다는 것이다.

이어 "이렇다 보니 미국 현지에 공장을 이전해 원자재부터 제품 완성까지 다 하는 게 나을지, 멕시코 등 인접 국가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관세를 감당하는 동시에 현지 유통 비용 고려 등 여러 가지 유불리를 일일이 계산해야 한다"면서 "어느 선택지가 최선일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자꾸만 바뀌는 관세 셈법을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미 TV 및 생활가전 시장에서 삼성 LG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북미 TV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1·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한국 TV가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7%로 중국(26%) 보다 앞선다. 매출 기준 누적 점유율로 따지면 한국 제품이 48%로, 26% 점유율인 중국을 크게 앞지른다.

가전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가 1·2위를 차지했다. 현지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월풀이 뒤를 잇는다. 미국 관련 관세 정책에서 표적 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관세 인상은 비단 미국에 진출한 한국 가전 기업뿐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국 기업도 피해를 입는다. 멕시코 등 인접국 관세 인상 역시 공장을 둔 미국 기업들의 타격이 될 수 있다"며, "관세를 높게 책정한다고 해서 자국 기업과 경제가 살아난다기보단, 결국 제품의 최종 가격과 품질에 따라 미국 소비자가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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