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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엔 없지만 '라인망가'는 있다"…김신배 LDF 대표 자신감 원천은

도쿄(일본)=이나연 기자
12일 김신배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LDF) 대표 겸 최고성장책임자(CGO)가 일본 도쿄 시나가와 LDF 오피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12일 김신배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LDF) 대표 겸 최고성장책임자(CGO)가 일본 도쿄 시나가와 LDF 오피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작년 단일 앱 매출 1위를 이룬 데 이어 새해부터 일본 전자만화 앱 마켓 1위를 탈환한 네이버웹툰 일본어 서비스 '라인망가'가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작품 유통을 넘어 창작 생태계 투자와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연결되는 '플라이휠'을 갖춘 전 세계 유일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포부다.

12일(현지시간) 김신배 라인디지털프론티어(LDF) 대표 겸 최고성장책임자(CGO)는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 LDF 오피스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플랫폼뿐 아니라 일본에서 웹툰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작품을 IP 비즈니스로 확장할 수 있는 글로벌 IP 밸류체인을 갖춘 건 우리뿐"이라고 밝혔다.

카이스트와 하버드에서 각각 전자공학 학·석사를 마친 김신배 LDF 대표는 2013년 라인(LINE)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에 입사, 2017년부터 네이버웹툰에서 국내와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사업 전략을 담당했다. 2021년 네이버웹툰 일본 사업을 총괄하는 LDF 이사로 취임했고 2022년 7월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만화광'으로 유명한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및 네이버웹툰 대표 못지않게 어린 시절부터 만화 카페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 작년 3분기 라인망가 매출, 전년비 25%↑…"웹툰 엔터 실적서도 日 비중 커"

데이터닷에이아이(data.ai)와 센서타워 집계 기준 작년 1월과 올해 1월 웹툰 시장 점유율 비교
데이터닷에이아이(data.ai)와 센서타워 집계 기준 작년 1월과 올해 1월 웹툰 시장 점유율 비교

LDF가 운영하는 라인망가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장르와 팬덤을 보유한 전자만화 플랫폼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모바일 앱 조사업체 데이터닷에이아이(data.ai)와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라인망가는 올해 1월 일본 전자만화 시장 점유율 50%를 돌파하며 앱 마켓 1위에 올랐다. 전년동기에는 31% 점유율에 불과했던 데 비해 큰 폭 성장이다. 작년 하반기에도 양대 앱마켓 통합 기준 전 세계 만화 및 소설 앱 매출 1위를 차지했다.

김신배 대표는 "지난해 유료 콘텐츠, 광고, IP 비즈니스 사업 영역이 고르게 성장한 결과, 지난해 3분기 라인망가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했다"며 "유료 콘텐츠 경우, 신규 월간 유료 사용자(MPU)뿐 아니라 내부 구독 활동을 늘리면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PU)까지 확대했다"고 전했다.

웹툰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은 한국과 일본, 미국이다. 이들 국가는 독자적이며 꾸준히 확장할 수 있는 만화(코믹)·망가 시장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중에서도 일본은 현재 매출과 향후 업사이드까지 아우르는 핵심 시장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네이버웹툰 모회사 웹툰엔터 실적 중 상당한 매출이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며 "계속해서 일본 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더 높게 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공익사단법인 전국출판협회·출판과학연구소가 발표한 2024년 출판시장(추정판매금액)에 따르면 전자출판 시장은 전년대비 5.8% 증가한 5660억엔(한화 약 5조3600억원)이다. 이 시장에서 전자 만화 시장 점유율은 90.5%에 달한다. 업계는 웹툰 시장 규모를 약 6조원으로 추산한다. 성장률은 약 8~10%로, 최근 2~3년은 둔화 없이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주목도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애플, 아마존 등 해외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까지 웹툰 플랫폼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로컬 생태계 확장 본격화…라인망가 영상화, 2년 만에 1건→12건

12일 김신배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LDF) 대표 겸 최고성장책임자(CGO)가 일본 도쿄 시나가와 LDF 오피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네이버웹툰]
12일 김신배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LDF) 대표 겸 최고성장책임자(CGO)가 일본 도쿄 시나가와 LDF 오피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네이버웹툰]

이러한 상황 속 LDF은 차별화된 자사 경쟁력으로 ▲압도적인 글로벌 생태계 ▲로컬 생태계 확장 ▲IP 비즈니스 시너지 확대를 내세운다. 김 대표는 "일본에는 수많은 망가 서비스가 있지만 각 플랫폼을 살펴보면 상당히 파편적인 장르층을 가진다"며 "LDF는 남성향, 여성향 작품을 고르게 제공하는 한편, 과거 일본에서는 없었던 장르인 무협, 궁중 로맨스 작품까지 계속해서 확장해 팬덤을 구축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창작 생태계 투자와 로컬(현지) 작품 확대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라인망가가 일본판 도전만화 '인디즈'를 시작한 것도 벌써 10년째다. 김 대표는 "본격 서비스한지 20년이 넘은 네이버웹툰이 도전만화와 베스트도전이라는 아마추어 생태계에 지속투자하고, 글로벌향 매출을 많이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나아가 LDF는 글로벌에서 큰 인기를 얻은 남성형 판타지 '신혈의 구세주' 제작사인 스튜디오넘버나인에 첫 투자를 단행하는 등 일본 스튜디오 발굴 및 투자도 힘쓰고 있다. 일본 IP 비즈니스 생태계도 현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드라마, 영화까지 우선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2022년 1편에 불과했던 라인망가 영상화 작품은 2024년 12편으로 급증했다. 일본판 '도전만화'인 아마추어 창작 공간 '인디즈'에서 배출된 '선배는 남자아이' 경우, TV 애니메이션이 작년에 공개됐으며 이달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선보인다. 김 대표는 "올해 20개 애니메이션 파이프라인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서비스 플랫폼으로서 매출 1위는 시작에 불과하다. 독자적인 플라이휠과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비전"이라고 말했다.

◆"한국 작가도 일본 독자 생각해"…日 라인망가 성공이 한국에도 희소식인 이유

라인망가 배너 [ⓒ 네이버웹툰]
라인망가 배너 [ⓒ 네이버웹툰]

출판만화 중심이던 일본에서 전자만화 앱 사업을 이끄는 한국 기업은 네이버웹툰 산하 LDF와 카카오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가 대표적이다. LDF는 2022년 4월 소프트뱅크 그룹 계열사인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을 인수한 뒤로 앱 중심 라인망가와 웹 중심 이북재팬 플랫폼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카카오픽코마는 동종 플랫폼 '픽코마'를 운영 중이다.

일본 시장에서 단일 만화 앱으로는 2인자라는 인식이 강했던 라인망가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플랫폼 사업자 1위를 향한 업계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라인망가는 단일 앱으로 게임 포함 전체 앱 마켓 매출 1위를 달성한 작년 5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연간 매출 1위 앱은 픽코마다. 김 대표는 "지난 4년간 과정을 통해 역전을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다"며 "시장에서 함께 공생하고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같은 대형 IP 경우,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일부러 비독점적으로 타사 채널에 유통하는 전략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일본 내 라인망가 입지 강화가 한국 콘텐츠 시장에 미칠 기여도 역시 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작년 라인망가 거래액과 조회수 등을 합한 종합 순위 10위 중 7개는 한국에서 발굴한 ▲입학용병 ▲재혼황후 ▲약탈신부 ▲참교육 ▲나혼자만렙뉴비 ▲내남편과결혼해줘 ▲작전명순정 ▲싸움독학이다.

김 대표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은 이익을 거두는 사례가 늘면서 국내 작가들이 향후 일본 시장까지 고려해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며 "일본에서 나오는 수익을 네이버웹툰 안팎 IP에 재투자하게 되면서 한국 스튜디오들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7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일본 도쿄 라인프렌즈 스퀘어 시부야에서 라인망가 인기작 '입학용병' 팝업스토어가 열린다. 이번 팝업은 네이버웹툰이 일본에서 공식 운영하는 첫 팝업스토어다. 김 대표는 "라인망가 독점 제공 작품이 오프라인으로 인기가 번진 사례는 아직 안 나왔고, 첫 시도가 입학용병"이라며 "이번 사례를 기반 삼아 일본에서의 굿즈(MD) 비즈니스를 장기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라인프렌즈 스퀘어 시부야에서 운영 중인 라인망가 '입학용병' 팝업스토어 전경 [ⓒ 네이버웹툰]
일본 도쿄 라인프렌즈 스퀘어 시부야에서 운영 중인 라인망가 '입학용병' 팝업스토어 전경 [ⓒ 네이버웹툰]
도쿄(일본)=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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