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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에도 냉랭한 현장…"고가요금제 유도 구조 정비돼야"

강소현 기자
21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서울 강변테크노마트를 찾아 단통법 폐지에 대한 사업자들 의견을 직접 청취했다.
21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서울 강변테크노마트를 찾아 단통법 폐지에 대한 사업자들 의견을 직접 청취했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단통법 폐지 발표에도 불구, 정작 휴대폰 유통채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소비자에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도록 만드는 불투명한 유통구조는 10년 전 그대로로, 정부와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계통신비 경감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단통법 페지에 따른 부작용을 막고자 유통채널과의 소통 채널을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21일 늦은 오후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서울 강변테크노마트를 찾았다. 이 곳은 소위 ‘성지’로 일컬어지는 불법유통채널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의 폐지를 앞두고 현장 소통에 나선 것이다.

단통법은 첫 시행 이후 매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름 그대로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시행됐지만,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 차별을 야기한 유통구조의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도 통신사·유통점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현행 단통법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단통법 폐지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됐다.

이 가운데 유 장관은 테크노마트 내 이동통신 판매점 총 3곳을 방문해, 단통법 폐지에 대한 사업자들 의견을 직접 청취했다.

21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서울 강변테크노마트를 찾아 단통법 폐지에 대한 사업자들 의견을 직접 청취했다.
21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서울 강변테크노마트를 찾아 단통법 폐지에 대한 사업자들 의견을 직접 청취했다.

다만, 이날 유통채널의 반응은 냉랭했다. 정부와 국회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단통법 페지에 따른 기대효과에 대해선 “기대되진 않는다”, “지켜봐야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선 고질적인 고가요금제 유도 행위가 먼저 시정돼야 한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통사가 유통채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판매장려금)은 고가요금제로 갈수록 커지는 구조다.

예컨대 ‘갤럭시S24울트라+선택약정’ 기준 SK텔레콤의 요금제별 리베이트는 ▲5GX 프라임+ 0청년99 54만원 ▲5GX 프라임 0청년89 49만원 ▲세이브 컴팩트 5만원으로, 가입자 한명 확보 시 받는 장려금은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이다.

즉, 이통사의 채널별·요금제별 장려금 차등지급이 유통채널로 하여금 소비자의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판매점 관계자 A씨는 “과거 7만원 수준이었던 최고가 요금제의 가격이 현재 11만원~13만원까지 올라갔다”라며 “요금제가 비싸다 보니 고객의 부담이 크고, 이에 알뜰폰+자급제 조합으로 빠지는 고객이 늘어 판매점 역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이 올라가도, 결국 문제는 (유통채널이) 소비자에 비싼 요금제를 강요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단통법이 사라지면 이런 부분들이 정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고폰 활성화가 가계통신비 경감에 효과가 있겠냐는 유 장관의 질의에는 “중고폰도 생각보단 싸지 않다. 통신3사 간 경쟁이 활발해져야 우리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혜택 돌아갈 것”이라며 “현재로선 (단통법 폐지가) 통신사에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꼬집었다.

민상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이사는 “시장에서 각자의 입장이 있겠지만, 조금씩 양보해 중소 상인들의 의견이 반영된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며 “단통법 폐지를 계기로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다”라며 향후 정기적인 소통을 요청했다.

이에 유 장관도 “통신사도 고민도 있겠지만 상생한다는 차원에서 꼭 좀 도와달라”라고 말했고, 유통채널과의 정기적인 소통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21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서울 강변테크노마트를 찾았다. 사진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모습.
21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서울 강변테크노마트를 찾았다. 사진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모습.

유 장관은 이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의견도 추가로 청취했다. 통신3사는 가계통신비의 한 축을 이루는 단말기 가격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혼자 이 시장 전체를 배려하기엔 한계가 있다. 단말 제조사의 협조도 필요하겠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시장에서 단통법 이전 수준의 경쟁이 이뤄지려면 제조사의 기여도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통신사의 노고를 인정하나, 대기업으로서 조금만 더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요청하면서 “단말 제조사 부분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포된 단통법 폐지안은 공포 후 6개월의 경과 기간을 거쳐 오는 7월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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