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온누리상품권이 보여준 공공 IT서비스 현주소

이안나 기자
온누리상품권 [ⓒ 연합뉴스]
온누리상품권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 새 운영사로 선정된 한국조폐공사가 당초 약속한 1월1일 정상 오픈을 3월1일로 연기했다. 현재 기존 사업자였던 웹케시 비즈플레이와 조폐공사 양측은 3월1일 정상화 가능성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석창규 웹케시 회장은 “제대로 된 ICT 전환을 위해서는 2~3년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간기업들이 수백억원을 투자해 진행하는 디지털전환인 만큼, 공공서비스도 그에 준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상적인 시스템 이관을 위해선 신규 사업자 플랫폼에 맞춰 수백개 데이터 이관 항목을 상호 합의하는 ‘이관 스펙’ 확정이 선행돼야 한다. ‘서울페이’를 진행하던 서울시는 이 과정에만 6주가 소요됐다. 하지만 비즈플레이에 따르면 현재 조폐공사와 이관 스펙 확정도 미완료 상태다.

3년 전 서울페이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에도 설 명절을 이유로 2개월 연기를 했지만 결제 대란은 6개월이나 이어졌고 결국 이관 기간은 20개월로 늘어났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사과하고 이를 교훈 삼아 이관 백서를 만들었다. 백서에 따르면 정상적인 서비스 오픈을 위해선 최소 3회 이상 개발계 테스트와 2회 내외 실제 운영 플랫폼 검증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만 3~4개월이 소요된다.

웹케시그룹 비즈플레이의 예언(?)이 실현될 지 아니면 조폐공사가 성공적으로 시스템을 오픈할 수 있을지 아직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

다만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 개시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들 몫이 된다. 예년 설 명절에는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거래액이 30~40% 증가했지만, 이번엔 모바일 선물하기와 기업구매 서비스가 중단된다. 약관상 의무인 서비스 중단 30일 전 고지도 이뤄지지 않았고, 중단 날짜는 이달 10일에서 11일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준비 없는 전환’이 공공 IT서비스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IT 시스템 전환은 단순한 운영사 교체가 아니다. 방대한 데이터 이관과 수많은 연계 시스템과 호환성 검증, 실제 환경에서 충분한 테스트가 필수다. 민간 기업들이 수년간 준비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이유다.

정부는 이제라도 공공 IT서비스 전환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충분한 예산과 시간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온누리상품권처럼 전국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필수 서비스라면 더욱 그렇다. 빠른 전환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전환이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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