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명분 싸움’ 전면전 돌입한 오픈AI…‘공익 딜레마’ 해결책은?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오픈AI가 공익법인(PBC)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익’과 ‘공익 ’ 사이 줄타기를 시작했다. AI 모델 개발 경쟁이 심화되면서 오픈AI는 메타와 구글, 앤스로픽 등 쟁쟁한 경쟁사와 힘겨루기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투자 유치 등 수익원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애초에 오픈AI가 ‘인류 발전을 위한 AI 개발’을 명분으로 사업을 키워온 탓에 이 같은 수익성 확대 행보는 경쟁사를 비롯한 비영리단체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30일 AI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 블로그를 통해 PBC 전환 소식을 전했다. PBC는 영리 기업으로서, 사회·환경적 목표를 포함한 하나 이상의 공공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공익 추구와 관련해 강제할 법률이 없기 때문에, 오픈AI의 자유로운 수익 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돈’과 ‘공익’ 두 마리 토끼 다잡을 수 있을까
오픈AI는 비영리법인과 영리법인을 동시에 운영하는 방식으로 PBC 기업 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영리법인을 통해 비영리법인 운영 자금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익이라는 기존 설립 철학은 유지하되 자본 유치 등 재원 확보 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고 보다 많은 자금을 충당하겠다는 전략이다.
오픈AI는 공식홈페이지 블로그를 통해 PBC로 전환 소식을 밝히며 “가장 진보된 AI는 지속적으로 점점 더 많은 컴퓨팅을 사용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오픈AI가 추구하는 사명을 위해서는 기부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컴퓨팅과 따라서 훨씬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영리법인과 비영리 법인을 모두 운영할 것”이라며 “영리법인이 성과를 내면, 비영리법인은 충분한 자금을 지원받음으로써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명을 달성할 수 있는 입지를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은 오래전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오픈AI가 AI 모델 경쟁에서 선두 자리 차지를 위해 상대하고 있는 이들은 구글과 메타, xAI 등 거대 자금으로 무장한 빅테크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선진 기술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오픈AI 입장에서는 더 많은 개발 비용이 절실한 상황이고, 투자자 이익이 제한되는 현재 기업 구조(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을 지배)로는 투자 유치 등에 한계가 있다는 내외부 평가가 지속됐다.
결과적으로 오픈AI는 이번 PBC 전환을 통해 영리법인의 상업 활동 제약을 최소화하고, 더 나가 기업공개(IPO)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보다 높아진 수익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계기가될 전망이다. 그와 동시에 비영리법인이 PBC 법인 주식을 보유하는 형태로 공익활동과 상업 활동 사이 균형을 잡는데 집중한다.
공익 명분으로 견제 수위 높이는 경쟁사들
이같은 오픈AI의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당연하게도 경쟁사들이다. AI 선두 경쟁이 치열한 지금 막강한 상대인 오픈AI의 몸집 부풀리기 시도가 달가울리 없다. 게다가 이들을 공격하기도 좋은 명분이 있다. ‘공공이익’과 ‘자금’ 양립하기 애매한 오픈AI의 설립 취지 자체를 파고드는 것으로 오픈AI를 흔들기로 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이는 xAI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머스크 CEO는 올해 2월 오픈AI를 상대로 영리법인 전환 중단 소송을 제기했으나, 6월에 취하한 뒤 8월에 같은 이유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달 1일에는 현재 오픈AI 영리법인 전환을 임시로 중단시켜달라는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이 같은 머스크 CEO 행보에 비영리단체인 ‘인코드’도 합세했다. 인코드는 오픈AI가 초기 설립 철학을 어기고 상업적인 활동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법원에 머스크 CEO의 가처분 소송 지지 변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메타 또한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에게 “오픈AI 신규 비즈니스 모델은 비영리 투자자가 정부의 세제 혜택을 받으며 영리 기업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고 비판하는 공식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오픈AI가 이번 PBC 전환한다 하더라도 향후 지속적인 명분 견제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앤스로픽이나 xAI 등 주요 AI 기업들 모두 PBC로서 영리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나, 오픈AI와 달리 출범 당시부터 PBC로 운영된 탓에 비판받을 여지가 적다. 오픈AI는 지속적으로 공익성을 회사 주된 정체성으로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과 같은 선상에서 영리 활동을 이어갈 명분이 약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머스크 CEO가 제기한 소송에서 오픈AI 승소해 영리법인 전환 중단 결정을 면하더라도, 다른 기업보다 윤리 문제에서 파생되는 견제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남게 된다. 예컨대 오픈AI가 최근 첨단 방산 기업 ‘안두릴’과 손 잡고 드론 방어체계 고도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수 외신에서는 군수 산업 내 자사 AI 활용을 금하던 기존 정책을 사실상 변경한 것과 다름 없는 행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여타 AI 기업도 군수 사업과 결합을 시도 중이지만, 유독 오픈AI의 군수 산업 진출에 비판적인 시각이 이어지는 것도 오픈AI의 설립 취지 등이 공익에 방점이 찍혀 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오픈AI도 공익 지향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추론 전문 모델 ‘오원(o1)’을 출시했으며, 내년에는 한층 더 강력한 추론 능력을 지닌 ‘오쓰리(o3)’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타깃은 AI 연구 개발자들로, 이들에게 석박사급 AI 어시스턴트를 비교적으로 저렴한 제공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이미지 생성을 비롯해 올해 공개한 '서치GPT' 등 신규 기능들도 무료 사용자에게 잇따라 오픈했다. 즉, 범용 AI 서비스의 접근성은 높이되, 연구자들에게 고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전략으로 공익과 수익화의 명분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력 사업 외에도 공익 기업 브랜딩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 필요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인이라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을 펼쳐 대외적인 이미지 구축도 중요해졌다. PBC로 존속하기 위한 끊임없는 명분 싸움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오픈AI는 PBC 전환 사실을 밝히면서 “세계는 21세기 경제를 위한 에너지, 토지 이용, 칩, 데이터 센터, 데이터, AI 모델, AI 시스템의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가 AGI 경제를 구축하고 인류에게 이로운 것을 보장하기 위해 진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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