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③] 디지털 주권 vs 통상 리스크, 한-미 협상 갈림길에선 韓
2025년 현재, 디지털산업은 다시 한번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정치·경제·기술 전반에서 혼돈과 격변이 일상화되는 시대,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절실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혼돈의 전환기, 산업정책의 나침반을 묻다’를 주제로 창간 특집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특집에서는 ‘새 정부에 바란다’는 대기획 아래, 통신·방송·반도체·AI·보안·게임·유통 등 산업별 핵심 이슈를 심층 분석하고, 각계 전문가 20인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산업계와 정책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고자 한다. 또한 유력 대선주자의 ICT 공약 분석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 아래 산업계가 나아갈 좌표를 함께 고민해 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가 미·한 통상 갈등의 도화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한국 플랫폼 규제를 겨냥한 법안이 재차 발의됐고, 미 정부 역시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디지털 주권을 강화하려는 한국의 정책이 오히려 통상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부터 제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안 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열릴 양자 회담에서도 디지털 무역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규제 방향과 국제 협력 전략의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미국,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경고 발동 … 무역 전쟁 발발?
지난 6일(현지시간) 캐롤 밀러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 의회에서 한국의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응해 미국 정부의 개입이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재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한국이 미국 플랫폼 기업을 ‘부당하게 규제’할 경우,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분쟁 해결 절차, 무역법 301조 조사를 포함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된 타깃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다.
미국 산업계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지난달 28일 "플랫폼법 추진 중단과 AI 규제 완화가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카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15일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도 "미국 테크 기업들 시장 접근 제한, 경쟁 왜곡을 초래하는 불투명한 규제와 산업별 제약 등 무역 장벽에 직면해있다"며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디지털 무역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2025년 외국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주요 문제로 지목됐다. 특히 ▲네트워크 사용료 ▲경쟁정책(플랫폼법)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 ▲개인정보 국외이전(데이터 현지화) 등에서 한국의 규제들이 외국 기업의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특히 USTR은 외국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이 한국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구조가 역차별적이라며, 이는 글로벌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이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에 허가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단 한 건의 수출도 허용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개인정보 국외 이전 문제 역시 거론됐다. USTR은 "한국이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의 국외이전에 과도한 제한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규제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 기업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디지털 규제와 통상 전략의 갈림길…한미 협상, 기로 될까
이에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디지털 규제와 통상 전략 간의 균형 조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주권 확보와 공정 경쟁이라는 정책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국제 통상 환경에서 실익과 리스크를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15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안 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이번 회의에서 디지털 무역 또한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이다. 한미 간 통상 협의는 디지털 규제를 둘러싼 긴장을 해소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8일 영국은 미국과 첫 무역 합의를 도출했다.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완화 및 폐지한다. 이번 합의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이 강하게 비판해온 디지털 서비스세(DST)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디지털세는 이번 협상에서 제외됐다”며 “양국은 대신 미국에 수출하려는 영국 기업의 서류작업을 간소화할 수 있는 디지털 무역 합의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서 디지털 서비스세(DST)가 협상에서 제외되고,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완화되면서 영국은 실질적으로 큰 양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국이 대부분 상품에 부과되는 10%의 기본 관세를 철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은 뚜렷한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는 한국 역시 향후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디지털를 비롯해 농축산물, 에너지, 항공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시장 추가 개방 및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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