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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뷰] '조명가게'에 비친 '삶의 의지'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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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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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1993년 발생한 우암아파트 붕괴 사고와 1995년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부실공사가 부른 최악의 인재(人災)로 알려져 있다. 사고 전부터 건물에 균열이 가는 등 붕괴 조짐이 보였지만 시공사들은 하나 같이 부실공사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고, 끝내 안타까운 희생자들을 양산했다. 해당 시기 이전인 1970년대, 그리고 지난해 '순살아파트'라고 불렸던 사고들을 돌이켜 보면 누군가의 추악한 욕심으로 발생하는 비극의 씨앗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비극적인 사고로 수십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희생자들이 발생한 처참한 사고 현장에서도 기적적으로 생존한 피해자들이 있다. 미처 사고를 피하지 못한 대다수의 희생자와 달리 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로 '기적'을 만들어냈고, 끝내 구조되기에 이른다.

이처럼 삶이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가끔은 삶의 의지를 통한 기적을 선물하기도 한다. 지난 18일 최종회차를 공개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에서도 이런 메시지를 읽어볼 수 있다.

조명가게는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로,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대본을 쓰고 배우 김희원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의 플롯과 서사를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웹툰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조명가게 주인의 이야기를 추가함으로써,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강조했다.

웹툰 속 조명가게 주인과 달리 극중 '원영(주지훈 분)'은 1970년대 발생한 아파트 붕괴 사고의 피해자로 그려진다. 원영 역시 딸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조명가게에 다다른 인물로, 자신을 희생해 딸의 생명이 담긴 전구를 구하게 된다. 이는 실제로 1970년에 발생한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데, 당시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와우아파트 한 개동이 붕괴돼 33명이 사망하고 39명이 중경상을 입은 바 있다.

조명가게 주인인 원영의 모습이 유리에 비치자 노인으로 보였던 부분도 이런 서사를 바탕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사후세계에선 죽음 당시의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거울'이라는 현실적 요소에 대입하면 그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감안해볼 때 원영이 오랜시간 조명가게를 지켰음을 알 수 있다.

[ⓒ 디즈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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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극중 등장하는 '조명'은 어둠을 환히 밝히는 존재로써 칠흑같이 어두운 골목과 대비된다. 기다란 골목길을 지나 끝자락에 이르러서야 보이는 조명가게에 도달하기 위해선 빛을 쫓아 먼 길을 가야하는 만큼 자신의 '의지'가 필요한 곳으로 표현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명가게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이 발생하는데, 필사적으로 그들을 이끄는 '수호천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조명가게로 유도한다. 극중 유희(이정은 분), 지영(김설현 분), 승원(박혁권 분), 혜원(김선화 분), 상훈(김대명 분), 구조견 맥스는 그들의 길라잡이가 돼 이곳에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여기서 말하는 '이곳'과 '그곳'은 죽음과 삶의 공간을 의미한다. "어디든 사람사는 곳 아니겠습니까"라는 원영의 대사와 "그곳에서 돌아오거나 남는 것"이라는 영지의 대사를 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는 일종의 공간을 넘나드는 것으로 표현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요르단강'이나 불교의 '삼도천(이승과 저승 경계에 있는 강)'과 유사한 의미로 볼 수 있는데, 삶과 죽음 사이에서 어떤 의지를 갖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을 내포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그 삶의 의지라는 것이 오롯이 본인만의 것으로 선택되지 않는 것처럼 조명가게 속 빛은 '희망'과 '기적'을 뜻하는 단어 본연의 중의적 의미가 함축돼 있다. 자신보다 타인의 의지로 인해 빛을 찾게 된 '현민(엄태구 분)'이나 전구를 깬 후 이곳(사후세계)에 남는 것을 선택한 '선해(김민하 분)'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지 또한 '선택'과 '강요'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주제의식을 분명히 한다.

이처럼 조명가게 속 삶과 죽음은 그 정의가 모호한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자신의 빛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지금도 그 어딘가에선 삶과 죽음을 두고 고민하거나 그 경계를 헤매는 이들이 존재한다. 실낱같은 희망도, 극소수의 가능성에 거는 기적도, 삶에 대한 본연적인 고민도 모두 '삶'이란 현재의 시간에서 가능한 일이다. 삶에 대한 의지와 자신의 곁에 있는 이들의 염원이 존재하는 한 언젠가 각자의 빛을 찾게 되지 않을까.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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