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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통' 행장에 앉히고, 영업본부장 2배 늘리고… 은행권, 치열한 격전 예고

강기훈 기자
ⓒ5대 금융지주
ⓒ5대 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내년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영업통'으로 불리는 인물을 차기 행장으로 앉히는가 하면, 영업본부장을 2배 늘리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금융환경이 불확실해질 우려가 커짐에 따라 내년 실적 저하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나친 영업 경쟁이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영업을 개시하기 전 시중은행들이 발 빠르게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행장 교체로 영업력 강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행장 연임을 택한 신한은행은 영업본부 확충 카드를 내세웠다. 신한은행은 다음주 중 조직개편을 통해 전국 16개 지역본부를 4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6~7개 영업점을 관할하는 커뮤니티 조직은 10년 만에 폐지된다.

조직 슬림화를 바탕으로 영업 효율을 추구하면서 영업을 책임지는 본부장의 수는 늘리는 것이다. 현장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는 복안이다.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는 지난 12일 회의를 열어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를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낙점했다. 하나은행에 처음 입행한 이 후보는 중앙영업그룹장, 영남영업그룹장 등을 거치는 등 지주 내 영업통으로 꼽힌다.

하나카드에서 트래블로그 카드를 출시함으로써 하나카드가 발군의 실적을 거두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이다.

앞서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역시 지난달 29일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차기 행장으로 추천된 후 첫 출근길에서 정 후보는 "우리나라같이 수출입을 많이 하고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직원들이 기업금융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영업력 강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데에는 내년 금융권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이 불안할 가능성이 커서다.

특히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돌파하며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은 여러 차례 금리를 내리고 있다.

은행들이 내년 올해와 같은 호실적을 거두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내년 실적 면에서 선방하기 위해 영업의 중요성 또한 대두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지나치게 영업 영토를 개척하다가는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의 주 무대는 기업금융을 비롯한 대출인데 지금 고환율로 대출 잔액을 크게 늘릴 수도 없다"며 "무리하게 영업을 하다가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고, 또 차기 사업 등에 있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당장은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위험가중자산(RWA)인 대출을 크게 늘리기보다 영업 기반을 천천히 다진 뒤 상황을 보겠다는 뜻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밸류업과 생명보험사 M&A를 추진하고자 우리은행으로선 자본비율 관리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국민은행은 영업 확장보다는 체질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KB금융은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어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이 후보는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을 거친 재무통으로 꼽힌다.

다른 은행들보다 더 영업력 강화에 힘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9월 말 기준 기업대출 부문에서 부실채권(NPL)의 비율이 0.53%를 기록해 시중은행 중 제일 높았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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