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AI 동반성장 큰 거 안 바라…스타트업 “레퍼런스를 부탁해”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취업시장에서 고군분투해본 사람이라면 자기소개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경력 칸을 채우며 느낀 그 고통들을 회상해보자. 경력칸을 나름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 인턴 경험은 물론, 절박한 마음에 일일 아르바이트 경험까지 욱여 넣기 마련이다.
그만큼 ‘경력’은 자기소개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기본적인 정량 평가 지표가 된다.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비슷하다. 스타트업 시장 자기소개서의 경력칸은 ‘레퍼런스’에 빗댈 수 있다. 스타트업들은 투자금 유치와 사업 수주를 위해서 늘 레퍼런스를 강조하고 나선다. 어떤 기업과 사업을 진행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등 자신들의 역량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물증이 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자기소개서와 다르게 스타트업의 레퍼런스는 함부로 작성할 수 없다. 협력 계약 상 비공개 조항이 포함돼 있거나, 그렇지 않다 해도 비교적 우위에 있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에게 협력 사항을 대외비에 부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과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자신들의 레퍼런스에 성과를 마음대로 기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AI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씁쓸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투자나 사업 수주를 결정 짓는 자신의 성과를 자랑할 수 없는 답답함에서 나온 서러움일 것이다. 하루는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로부터 국내 주요 기업들이 외국계 스타트업에게만 레퍼런스 공개에 비교적 관대한 경우도 있어 그 서러움이 두배가 된다는 하소연을 전해 듣기도 했다.
대기업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비밀리에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 경우 보안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협력 사실을 숨겨야 할 수 있다. 협력 사실 자체가 프로젝트 방향 윤곽을 유추할 수 있는 간접 증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시장 평가 측면에서 공개를 꺼릴 수 있다. 협력이 곧 자체 기술력 부족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AI 산업은 현재 생태계 전체 성장이 중요한 시점을 맞이했다는 점을 상기하자. AI 산업 분야는 AI 모델 개발 관련 분야만 꼽아도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파인튜닝 ▲데이터 전처리 ▲특화 AI 서비스 개발 등 광범위하기 때문에 각 영역 전문 스타트업과 주요 기업 협력이 곧 시장 생태계 성장과 직결된다. 즉,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AI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스타트업과 협력 사례를 늘릴 필요가 있다.
보안상 문제를 무시하고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다. ‘배려’ ‘관용’ 관점에서 베풀라는 의미도 아니다. 중장기적인 이해득실 측면에서 스타트업 레퍼런스 공개에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분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레퍼런스 공개 협조는 대기업이 늘 외치는 ‘상생’ 노력 중 가장 돈 안 드는 일 아닌가. 더구나 AI 산업은 성장이 정체돼 시장 내 파이가 한정된 상황도 아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그림을 보여주는 것은 이해득실 측면에서도, 이용자들이 보기에도 더 나은 그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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