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부코핀은행 차세대 IT사업, 커지는 의문… 협력사 140억원 미지급은 왜?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B국민은행이 출자한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현 KB뱅크)에 대한 총체적 부실 운영이 지난 17일 진행된 국정감사(정무위)에서 도마에 오른 가운데, 1000억원이 투입된 이 은행의 차세대시스템(NGBS)이 제때에 오픈되지 못하고 연기된 결정을 놓고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차세대전산시스템 개통이 단순히 연기된 것만으론 실패로 규정할 수 없으나 주사업자가 바뀔정도의 변화, 데이터 정합성의 문제로 인한 오픈 연기는 국내 금융권에선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실패'로 규정한다.
23일 금융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KB부코핀은행이 지난 2023년1월부터 2024년8월까지 모두 10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IT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주간사로 왜 국내 기업이 아닌 미국계 IT서비스회사인 DXC테크놀러지를 선정했는지, 또 무슨 이유로 프로젝트가 당초 오픈 일정보다 늦어졌고, 차세대시스템으로의 이전 과정에서 데이터의 정합성은 왜 확보될 수 없었는지 의문이 뒤따른다.
이와함께 프로젝트의 최종 실패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또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일부 협력업체들이 왜 140억원 규모의 사업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지도 논란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특히 140억원의 용역 대금 미지급은 프로젝트 실패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구갑)은 지난 17일 정무위 국감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KB부코핀은행 투자에 대한 특별 검사를 실시해야한다"고 주문하면서, 차세대 IT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일부 공개한 바 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난맥상은, 조 의원측이 KB부코핀은행 차세대 IT프로젝트에 협력사로 참여한 몇몇 국내 IT기업들로부터 취합한 것이다.
이와관련 조 의원측은 "(KB부코핀은행)이 차세대전산시스템으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은행측은 프로세스 정비 및 현행 데이터 정비(데이터 클린징)이 의무였고, 개발사는 기능의 개발과 기존 데이터 정확한 이행이 의무였다"며 "그런데 지난 6월 초 통합테스트를 진행할때, 불완전한 여신 데이터를 정비하지 못해 여신을 제외한 나머지 데이터를 가지고 통합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시스템을 오픈하지 못했다"고 공개했다.
국내 은행권 차세대전산시스템 구축 사례에서 보면, 구 시스템에서 신 시스템으로의 전환시 가장 핵심은 '데이터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부실하게 진행됐고, 결국 시스템 오픈에 실패해 연기 결정이 내려졌다는 의미다. 데이터의 정합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은행 영업은 불가능하다.
조 의원측은 "국민은행이 은행의 귀책 사유로 인해 시스템을 오픈하지 못했음에도 개발기한이 끝난지 3개월이 지나도록 140억원의 용역대금을 협력사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 프로젝트에 참석한 국내 IT기업 4~5개 업체가 대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 사업을 맡았던 DXC테크놀로지가 왜 이 사업의 마스터사업자(주간사)로 선정됐는지는 정확하게 모른다"고 덧붙였다.
KB부코핀은행의 차세대IT사업은 '샤인(SHINE)'프로젝트로 명명돼 2022년 11월 발대식이 진행됐고 이 당시 참여 업체들이 공개된 바 있다.
이 사업과 관련, 미국계 기업인 DXC테트놀로지가 주사업자 선정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적은 없다.
국내에선 LGCNS, SK C&C 등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경험이 많은 IT서비스기업이있지만 국민은행측이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 상황을 고려해 선정했을 것이란 추론만 할 뿐이다. 또한 당시 프로젝트의 감리 역할을 하는 사업총괄관리(PMO)업체로는 언스트앤영(EY)이 선정된 바 있다.
물론 국민은행측은 최근 이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할 새 사업자로 LG CNS의 인도네시아 법인 합작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국내 IT업체에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맡기는 모양새가 됐기때문에 당시의 결정을 놓고 뒷맛을 남긴다.
현재로선 KB부코핀은행이 2025년 초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말로 프로젝트가 제대로 완결될 수 있을지 여부는 사실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2년전인 지난 2002년, 우리은행이 당시 액션츄어를 주사업자로 선정해 2년여의 일정으로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지만 시스템 오픈 직전에 데이터 정합성의 문제로 프로젝트가 백지화된 사례가 있다. 해당 사업을 당시 한국IBM이 이어받아 종결시켰는데, 여기에 약 1년정도가 소요됐다. 물론 당시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KB부코핀은행은 국민은행 인수후 4년6개월동안 1조53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인데,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IT 혁신 마저 발목을 잡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KB금융의 고민이 커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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