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융사고, 농협은행·우리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자고 일어나면 휴대폰부터 찾는다.
사건이 혹여나 또 발생하진 않았을까. 출근 길에도, 근무시간에도 늘 한 켠엔 휴대폰이 작동한다.
문득 모골이 송연한 느낌이 들어 초록 검색창을 열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사고 공시가 뜬다.
"모 은행, 횡령 사고 발생".
기삿거리에 안도하기 앞서 한숨부터 나온다. '사고 터진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의 감사가 열리기 전날인 9일, NH농협은행에서 공시를 냈다. 부동산담보대출 적정성 여부를 자체적으로 감사하던 중 제3자에 의한 사기로 의심되는 이상 거래를 발견했다는 내용이다.
사고 금액만 무려 140억원에 달한다. 올해 농협은행에서 적발된 건만 무려 다섯 번째다. 117억원 대 횡령 사고를 공시한 지 2개월 만이다.
앞서 최근에는 우리은행에서 전임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대출 건이 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 큰 파문이 일었다.
이후 금융 당국은 우리은행뿐 아니라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그룹내 다수 계열사에서 문제가 된 친인척들에 제대로 된 심사는 생략한 채 대출을 내줬다고 발표했다. 전임 회장과 임원들이 대출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넣었는지, 또 현 경영진이 사고를 사전에 인지했는지가 쟁점이다.
상황이 이러니 "또 농협은행, 또 우리은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정말 농협은행과 우리은행만의 문제일까.
결론부터말하면 오십보 백보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5대 은행 금융사고 적발 및 처분 결과'에 따르면, 2022년부터 8월 말까지 5대 은행에서만 67건의 횡령, 배임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14건이었으며, 우리은행(13건), 신한은행(10건) 순이다.
올해만 놓고 보면 국민은행에서 490억9660만원의 금융 사고가 적발돼 가장 규모로 보면 가장 컷다. 이어 농협은행(291억8030만원), 우리은행(270억1120만원), 하나은행(76억420만원), 신한은행(3420만원) 순이다.
은행을 더는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제2금융권보다는 그래도 안전한 은행을 선호한다는 A씨는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원으로 설정됐지만 내 돈이 횡령 등 사유로 증발할 수 있지 않을까 늘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금융권 전반에 걸친 금융사고 발생은 금융권의 신뢰도 저하시킨다"며 "뿐만 아니라 빈도와 피해 규모 증가 시 불필요한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내년 1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정식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임원에게 직접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좋은 방안이기는 하나 또 한편으론 이번에도 수단(책무구조도)에만 기대려는 것 같아 마뜩잖다.
올해 국감에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국민은행의 직원이 다수 증권사로부터 15차례 이상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을 금감원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혀 큰 충격을 주었다.
내부통제 문제를 넘어 이제는 윤리통제의 문제까지 노출됐다.
이젠 그때 그때의 땜질적 '처방'만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생각이다. 보다 근본적인 윤리적 쇄신이 필요해보인다. 금융산업을 지탱하는 본질인 '신뢰'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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