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GPU' 변화에 TSMC 독주 심화...삼성, '킵고잉'⋅인텔, '전략 수정'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수요 폭발에 CPU에서 GPU로 주문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이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대만의 TSMC는 수혜를 입으며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인텔은 점유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앙처리장치(CPU)는 오랜 시간 동안 컴퓨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왔다. 하지만 AI 및 머신러닝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CPU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복잡한 연산과 대규모 병렬 처리가 요구되는 AI 작업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성능이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GPU는 원래 그래픽 처리에 특화된 칩으로 개발됐으나, AI 모델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높은 연산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주목받았다.
이에 따라 AI 사업에 집중하는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등이 빅테크 기업들이 CPU보다 GPU 주문을 늘리기 시작했다. GPU의 고도화된 병렬 처리 능력이 AI 연산에 최적화돼 있어, 대규모 데이터 처리 능력이 요구되는 AI 시대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AI와 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도 변화가 나타났다. 주문이 TSMC로 쏠리고 있는 것.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로, 고성능 GPU를 포함한 다양한 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는 TSMC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TSMC는 7나노미터(㎚), 5㎚ 공정 등 최첨단 공정에서 앞서나가며, 고성능 GPU 생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인텔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4㎚ 공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인텔은 자체적인 CPU 설계와 제조에 집중하느라 GPU 시장 진입이 늦어졌다. 특히 인텔의 경우, 자체적인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려 했으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TSMC로의 주문 쏠림 현상은 삼성전자와 인텔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매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으며, 특히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와의 격차가 커지면서 글로벌 고객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트랜스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 매출은 전분기 대비 10.5% 증가한 208억2000만달러(약 27조8500억원)로 62.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분기(61.7%) 대비 0.6%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반면, 삼성전자는 2분기 38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TSMC보다 높은 증가율(14.2%)을 기록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11.5%로 전분기 대비 0.5%p 상승하는 데 그쳤다. TSMC와의 격차도 50.7%p에서 50.8%p로 소폭 확대됐다.
인텔은 10위권 안에 진입도 하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 조직 개편 후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44억달러, 4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나 적자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2분기 영업손실률은 57%, 66%다.
이에 최근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고 있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수년간 투자해 왔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은 특히 자회사인 IMS(인텔 모빌리티 솔루션스)의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인텔이 고유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달리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하기보다는 기술력 강화를 통해 TSMC와의 격차를 줄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nm 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AI 및 GPU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R&D)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새로운 파운드리 공장은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파운드리 업계가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와 인텔이 이 상황에서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몇 년간의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TSMC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은 단기적으로 따라잡기 어렵지만, 삼성전자와 인텔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한다면 충분히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PU에서 GPU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각 기업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그리고 그 전략이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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