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찍먹] 엔씨가 하고 싶은 것 다 한 전투란 ‘이런 것’…내일 출시되는 호연 해보니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엔씨소프트의 절치부심, ‘호연’의 첫인상은 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직전을 쳐다보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캐릭터를 열심히 키우고, 몬스터 전투에 나가 기여도를 높여 전리품을 얻고, 호연이란 세계에서 커뮤니티 서사를 쌓아가는 일, 다른 게임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호연은 이런 뻔한 생각을 턴제 시스템 추가로 가볍게 비틀었다.
엔씨소프트(이하 엔씨) 수집형 MMORPG ‘호연’을 약 2시간 먼저 플레이를 해봤다. 따라서 이 기사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은 상당히 한정적일 수 있다. 우선, 겉모습으로만 봤을 땐 미소년과 미소녀, 다양한 몬스터가 존재하듯 다채로운 개성이 돋보인다고 생각했다. 다소 산만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저 대형 게임사에서 그럴 듯 하게 내보내는 MMORPG 중 하나로 보였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서브컬처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통통 튀는 개성을 품어주는 청량하고 화사한 세계는 덤이다. 청량한 월드에 맞게 전체적인 스토리도 밝고 가볍다. 첫 시작부터 닉네임을 만들지 않고, 주인공 ‘유설’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토리 난이도가 정말 쉬운 편이다. 가문을 재건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과정이 그려진 뒤, 이용자는 자신이 쓸 가문명, 즉 닉네임을 정하게 된다.
이후 유설의 모험 속에서 각양각색의 매력을 보유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저마다의 이야기를 재치있게 풀어낸다. 1장은 대부분 튜토리얼 구성으로 이용자가 능숙해질 때까지 키 사용이나 시스템 전반을 읽힐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모든 스토리와 캐릭터 대사는 유명 성우진의 목소리로 100% 더빙돼 몰입감이 높아졌다.
체험해보면 할수록 컨트롤과 전략적 팀 편성 재미가 살아 있는 실시간 ‘필드 전투’는 물론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를 극대화한 턴제 게임까지 한 번에 모두 즐겨볼 수 있어, 게임에서의 만능 슈퍼앱을 표방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필드에서 이용자 간 전투(PvP)도 지원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1장이 막 지났을 무렵, 다시 그 질문을 떠올렸다. ‘서브컬처를 지향하는 게임이 아니라면…이 게임은 서브컬처 게임인가, 아닌가.’
최근에 와서는 게임을 어떤 하나만의 장르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없어졌다. ‘멀티’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시도들이 한 게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한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으면 게임 설치 자체를 하지 않는다.
다만 서브컬처 게임은 한국 언론에서, 그리고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혼재돼 사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실제로 플레이를 해보니 서브컬처적 요소가 상당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특정 캐릭터 뽑기에 성공했을 때, 그 영웅만을 위한 BGM이 흘러나온다는 점이나 미소녀를 선호하는 이들을 위해 귀여운 대사나 통통 튀는 움직임을 보이는 캐릭터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꽤 많았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64개 중 하나의 캐릭터가 외적으로 두드러지거나 픽업으로 갈 수 있겠다는 느낌은 스타트 기준 전혀 받지 못했다. 캐릭터 자체의 스토리도 서브컬처 게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빈약했다. 호감도 역시 일반 게임에서의 스토리나 퀘스트로 올리는 호감도 개념이 아닌, ‘쿠키런’에서의 탄생석과 같은 개념으로 쓰인다. 호감도를 일정 게이지(100)로 채우면 캐릭터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스타트 기준 각 속성별대로 필요한 영웅을 뽑게끔 해뒀다.
즉, 호연 캐릭터에서는 아쉽게도 다른 게임 대비 특이한 매력점을 찾지는 못했다. 미소년·소녀 캐릭터뿐 아니라 거대하고 위엄 넘치는 몬스터나 톡톡 튀는 수인까지 다양했을 뿐이다. 원신이나 명조처럼 싱글플레이 중심이 아니란 점도 호연의 차별점이다.
캐릭터가 성장함에 따라 전용 의상이나 화려한 스페셜 스킬 이펙트 등을 획득할 수 있다. 이용자는 꾸밈 요소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다. 캐릭터 인연 레벨이 올라가면 캐릭터의 숨겨진 이야기 ‘인연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이용자 덱 빌딩 설계를 돕는 한편 성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비도, 레벨도 모두 공유된다.
여기까진 사실, 대부분의 MMORPG는 물론 서브컬처 게임에서도 아주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시스템이다. 리더가 같더라도 팀원의 조합에 따라 플레이 양상이 달라지는 것 역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매력적인 이야기, 내지는 이 게임이 왜 블레이드앤소울의 3년 전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캐릭터에서라도 충분한 개연성을 넣어줄만 했으나 초반부에는 납득이 잘 가지 않을 정도로 그냥 호연만의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오히려 이 게임이 출시 직전까지 부각됐어야 하는 내용은, 외적인 것보다 호연만이 가진 전투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게임과의 차별점이자 호연에서만 즐길 수 있는 ‘스위칭’을 강조했더라도 엔씨 게임 꼬리표를 무력화시킬 만했을 정도인데, 게임을 알리는 초점이 ‘서브컬처냐, 아니냐’는 엉뚱한 주제로 번지면서 PV영상이나 커뮤니티에서 이런 니즈를 제대로 놓친 모습이다.
그만큼 실제로 게임을 진행해보니 한 게임에서 다양한 구도를 잡아 실시간으로 보스를 물리치거나, 필드에서 가질 수 없었던 새로운 스킬로 턴제 전투를 이용해 날리는 재미는 꽤 색다르게 다가왔다. 플레이 시간관계상 수익 모델(BM)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으나 단품 구매보다는 월 정액권 같은 패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면 호연 내 공개 던전은 자동 전투가 유일하게 지원된다. 누구나 일일 15분만 이용할 수 있지만, 충전하면 30분까지 즐길 수 있다. 이는 패스로도 연계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용자는 각양각색의 전투 스타일을 가진 64종의 영웅들 중 5종을 선택해 전투를 진행한다. 컨트롤과 전략적 팀 구성의 재미가 살아 있는 실시간 필드 전투 위주로 플레이가 진행된다.
이용자는 ▲회피 ▲스킬 차단 ▲기믹 처리 등의 컨트롤을 통해 보스를 공략해야 한다. 정확한 공격 순간에 회피를 사용하면 캐릭터가 받는 피해가 줄어들고 상태 이상을 방어할 수 있다. 회피가 불가능한 기믹은 범위 밖으로 벗어나거나 기믹 처리를 통해 무효화하는 등 전략적인 플레이도 중요하다.
PC 버전 기준 스페이스 바와 시프트 바를 동시에 누르면 ‘흘리기’가 가능하다. 보스의 강력한 공격은 캐릭터의 스킬 연속 사용으로 활성화되는 ‘협력기’를 통해 중단시킬 수 있어, 타이밍에 맞춘 협력기 사용이 보스 공략의 핵심이 된다. 특정 스테이지와 콘텐츠에서는 턴제 전술 전투로 플레이 가능하다. 협력기는 최대 3합까지 누적할 수 있고, 버튼을 터치하면 누적된 협력기를 모두 사용 가능하다. 실시간 필드 전투와 턴제 전술 전투 모드를 실시간으로 스위칭 할 수 있는 스위칭 기능도 제공한다.
호연의 캐릭터는 총 5종의 속성(물·불·번개·독·암흑)과 어떤 속성에도 속하지 않는 ‘무속성’으로 나뉜다. 영웅 등급은 특수, 달인, 정예 등 총 3등급이다. 이용자는 보스의 약점 속성에 대응하는 캐릭터를 편성함으로써 보스를 ‘약점 노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적의 공격으로 인해 피격되는 타이밍에 대시를 사용할 경우 흘리기가 발동되고, 성공하면 받는 피해 감소와 상태 이상 방어 효과가 적용된다. 약점 노출 상태에서는 캐릭터가 받는 피해는 감소하고 공격 피해는 증가하기 때문에 속성은 팀 구성 시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캐릭터 간의 조합으로 발동되는 강력한 특수 효과인 ‘연쇄 효과’ 역시 호연의 전투에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다.
필드 전투의 묘미는 보스 공략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는 지난 20일 취재진 일부가 함께 즐겨본 콘텐츠인데, 모두 해당 콘텐츠를 백미로 꼽았다. 호연에서는 대표적인 보스 콘텐츠인 ‘네임드’가 운영되는데, 다양한 공격 패턴과 기믹(gimmick)을 가진 20여종이 넘는 보스 몬스터가 등장해 이용자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제2의나라’ 월드보스를 잠시 떠올렸었는데, 이 역시 모바일로 게임을 진행할 경우 최적화가 잘 됐는지 한 번 더 체크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호연은 싱글 플레이뿐 아니라, 다른 이용자와 협력하는 멀티 플레이용 보스도 선보인다. 이용자는 필드에서 불특정 다수 인원과 함께 필드 보스에 도전할 수 있다. 파티를 구성하거나 랜덤 매칭을 통해서도 보스 던전 도전이 가능하다. 각자의 성향과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원하는 방식으로 호연을 즐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두 시간 남짓 즐겨본 결과 ‘서브컬처를 지향하는 게임이 아니다’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현재 기준 이 게임이 서브컬처 게임이 아니란 점은 확실히 알게 됐다. ‘영웅 업적’ 내 별자리 별 밝기 밝히기 같은 업적이나 도전 던전, 의뢰가 상당 수 많은 점은 숙제로 보일까 우려스럽다. 다만 게임 3장에서 몬스터 시선을 피해 논플레이어 캐릭터(NPC)를 감옥에서 꺼내줄 때 자동진행에서 렉이 걸리는 부분 등 수정돼야 할 부분도 있다. 우선적으론, 오는 28일 서비스를 시작하는 호연이 일본과 대만, 홍콩, 마카오 등에도 글로벌 원빌드로 서비스되는 만큼 이들과의 몬스터 전투(PvE)가 핵심 대목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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