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찍먹] 컴투스 ‘BTS 쿠킹온’, 1인 요식업자 비애 느껴봐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따뜻한 돌솥밥에다 준비된 제육을 올린다. 나물과 계란프라이를 올려 비빔밥도 준비한다. 때로는 돌솥밥만 내놔야 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부엌 한 편에선 끊임없이 밥을 짓고 있다. 제 때를 못 맞추면 밥이 타버릴 수 있으니 눈과 손이 늘 분주하다.
비정상적인 주문량에도 불구하고 늦지 않게 음식을 내놓고 있는 것 같은데, 식사를 기다리는 손님들 얼굴엔 왜인지 불만이 가득하다.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불현듯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 직원은 왜 안뽑는 거야?”
컴투스는 지난 7일 요리 시뮬레이션 게임 ‘BTS 쿠킹온: 타이니탄 레스토랑(이하 BTS 쿠킹온)’을 글로벌 170여개 지역에 출시했다. 요리 게임 전문 개발사 그램퍼스가 인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IP(지식재산)를 활용해 만든 작품이다. BTS 멤버를 형상화한 캐릭터 ‘타이니탄’이 일종의 ‘요리 요정’으로 분해 플레이어의 음식 장사를 돕는다는 설정이다.
그간 국내에선 유명 아이돌 그룹 IP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한 시도가 적잖았다. IP의 높은 화제성과 팬덤 구매력을 앞세워 신규 이용자 확보를 꾀하겠단 심산이었다.
다만 장기 흥행작은 없다시피하다. 팬덤 구매력을 지나치게 과신한 나머지 콘텐츠의 매력도나 지속성은 간과해서다. 과거 넷마블이 제작한 시뮬레이션 게임 ‘BTS월드’나 하이브IM의 ‘인더섬위드BTS’ 등 BTS IP로 제작된 게임들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BTS 쿠킹온이 취한 포지션은 적절하게 여겨졌다. 누구에게나 익숙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재미를 보장하는 타이쿤 장르 형태로 BTS IP를 그려내면서, 팬덤 뿐만 아니라 일반 게이머들까지도 거부감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의도가 엿보였다.
게임은 쉽고 단순하다. 손님들 주문에 맞춰 조리대 위에 있는 재료를 눌러 음식을 만들고, 이를 빠르게 서빙하는 전통적인 타이쿤 방식이다. 터치 한 번이면 조리와 서빙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게임을 익힐 수 있다. 호흡도 짧아 어디서든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다.
난도는 주문량과 메뉴 가짓수, 스테이지 퀘스트 등으로 조절했다.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손님 주문이 많아지고 복잡해진다. 주문을 기다리는 손님들의 ‘인내심’ 게이지도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요한다. ‘음식 태우지 않기’ 등 일정 수준 포인트를 채워야 하는 미션도 골칫거리다. 자칫 손이라도 꼬이면 상황이 연쇄적으로 악화하는 구조다.
정신없이 식사를 준비하고 서빙까지 직접 하다보면 1인 자영업자의 비애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자동 서빙 등 게임 내 여러 아이템을 활용해야 그나마 일손을 덜 수 있다.
초반 스테이지인 서울의 요리 테마가 한식인 점은 인상적이었다. 대표 음식이 제육덮밥과 된장국·비빔밥·떡볶이·삼겹살 등으로 구성됐는데, BTS 팬덤 상당수가 글로벌에 기반한 것을 고려하면 게임 장르와 IP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상당히 전략적인 접근으로 여겨졌다.
BTS IP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팬들이 반길 만한 요소도 적지않다. BTS 상징색인 ‘퍼플’ 에너지를 모아 어두운 기운을 헤쳐 나간다는 스토리부터 타이니탄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는 ‘포토카드’ 콘텐츠, 직접 꾸미는 타이니탄 무대까지 곳곳에 관련 콘텐츠가 녹아있다. 타이니탄은 각 멤버 말투와 성격 등이 고스란히 담겨 구현됐고, 포토카드는 테마와 등급 별로 매력이 달라 팬 눈길을 끌 만 했다.
자연히 수익모델(BM)은 관련 콘텐츠에 집중돼있다. 대표 상품은 포토카드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쌓이는 포인트를 통해 얻을 수 있지만, 더 많고 다양한 포토카드를 모으려면 스테이지 돌파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특별 스테이지가 마련된 월간 패스 등을 구매해야 한다. 뽑기를 통해서도 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
다만 게임 주요 타깃인 서구권 팬덤을 의식한 듯, BM이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 팝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특가 패키지는 1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고, 뽑기권의 확률도 여타 수집형 게임에 비하면 높다.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게임 광고를 시청하고 포인트를 2배로 쌓는 것도 가능하다.
우려스러운 점은 BTS 쿠킹온이 과연 게이머와 팬덤 모두를 만족시키고, 게임을 지속하게 할 만한 충분한 콘텐츠 경쟁력을 갖췄느냐다.
복합적인 장르 재미를 주는 게임이 득세하는 캐주얼 게임 시장 흐름에 반해, BTS 쿠킹온이 주는 재미는 다소 평면적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형태의 게임도 아니다. 실물 포토카드를 둔 치열한 경쟁과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현 엔터 문화에서 타이니탄 형태의 가상의 포토카드가 충분한 수집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도 의문을 남긴다.
실제 BTS 쿠킹온은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일본을 비롯한 15개 지역 인기 게임 상위 5위를 차지하는 좋은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첫 주말을 맞은 11일 현재는 한국 83위, 일본 25위, 대만 42위로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BTS 쿠킹온이 반등에 성공해 아이돌 게임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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