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선물 세트라는 ‘다키스트데이즈’, 풀다 보니 [게임찍먹]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정우진 NHN 대표는 작년 초 신년사에서 ‘게임 명가 재건’ 계획을 밝혔다. 웹보드와 캐주얼 게임에 국한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게임을 회사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각오였다. 내년까지 출시가 예정된 신작만 11개에 이른다.
명가 재건을 위한 첫 단추는 ‘다키스트데이즈’다. 지난 5년간 NHN이 자체 개발한 좀비 아포칼립스 오픈월드 슈팅 역할수행게임(RPG)으로, 좀비가 창궐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물자를 수집해 쉘터(피난처)를 건설하거나 타 이용자와 협력하고 경쟁하는 재미를 담았다. 25일 시작하는 2차 모바일 비공개베타테스트(CBT)를 통해 담금질을 거친 뒤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NHN은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다키스트데이즈를 ‘슈팅 RPG 종합 선물 세트’라고 소개했다. 최근 슈팅과 RPG를 결합해 재미를 낸 시중의 여러 경쟁 게임들의 핵심 요소를 한 데 모아놨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18일 미디어 시연회를 통해 미리 접한 다키스트데이즈에는 좀비와 전투하며 쉘터 건설 및 주민 육성에 집중하는 PvE(몬스터전투) 콘텐츠를 비롯해 ▲분쟁지역 ▲보스레이드 ▲협동디펜스 ▲탈출모드 등 타 이용자와 협력 및 경쟁하는 여러 콘텐츠가 잔뜩 담겼다. 슈팅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부터, 경쟁을 즐기는 숙련자를 위한 즐길 거리가 두루 마련됐다.
문제는 여러 유행 요소를 흉내 내는 데 그쳤을 뿐, 이들의 핵심 재미까지 구현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자신있게 내세운 아포칼립스 세계관은 여타 미디어에서 닳도록 소비된 이미지와 구성을 벗어나지 않고, 3단계까지 진행한 협동 디펜스는 단계별로 머릿수만 늘어난 좀비들이 개미처럼 몰려올 뿐 별다른 박진감을 느끼기 힘들었다. 핵심 협력 콘텐츠로 기대를 모았던 레이드 역시 보스 공격을 회피하고, 약점을 공격하는 식의 1차원적이고 정적인 형태로 진행돼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개발진은 성장 요소가 짙은 게임으로 개발하다가 도중에 방향을 선회했다고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결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콘텐츠를 이것저것 담다 보니 오히려 어느 한 곳에도 집중하지 못해 게임 매력이 모호해진 인상이었다.
곳곳에서 보이는 부족한 디테일도 아쉬운 지점이었다. 필드에서 만나는 논플레이어블캐릭터(NPC)는 어색한 번역투의 대사로 몰입도를 깨트리고, 전기톱과 나무배트 등 근접 공격 아이템 모션은 상당수가 동일해 무기별 개성을 찾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해 보인 부분은 모바일 기기에서의 플레이 경험이었다. PC 버전에선 나름의 게임 재미를 느낄 수 있었지만, 모바일 버전은 현격히 떨어지는 그래픽 품질과 조작감 등으로 인해 세계관에 걸맞은 플레이 경험을 선사했다. 좁은 시야각과 직관성이 떨어지는 이용자 인터페이스(UI)로 인한 플레이 피로감도 상당해 게임 재미를 해쳤다.
특히 조작감은 에임 보정 기능에도 불구하고 좀비를 정확히 겨냥해 쏘는 게 사실상 어려울 정도로 조악해서, 달려오던 좀비가 운 좋게 사로에 들어오기를 바라야 하는 수준이었다. 핵심인 슈팅 재미를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PC 이용자와 숙련도 격차가 날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 게임 균형에 치명적인 고민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점은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든 시장 환경이다. 다키스트데이즈 출시가 지연되는 동안, 시중에는 매력적인 PvE 슈터 게임이 속속 등장했다. 당장 이달에만 넥슨의 ‘퍼스트디센던트’, 넷이즈게임즈의 ‘원스휴먼’이 출시돼 흥행 훈풍을 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게임 개발 기간은 다키스트데이즈와 동일한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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