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장보고서] SK하이닉스, HBM 20~30배 제품 개발…리벨리온-사피온 합병 돌입
반도체⋅부품 관련 정책 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한 주 동안 열심히 달린 <소부장반차장>이 지난 이슈의 의미를 되새기고, 차주의 새로운 동향을 연결해 보고자 주간 보고서를 올립니다. <반차장보고서>를 통해 한 주를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류성수 SK하이닉스 부사장 "HBM 성능 20~30배 높인 제품 개발 목표"
SK하이닉스가 현재 HBM(고대역폭메모리)보다 성능을 20~30배 높인 메모리 제품 개발 목표를 내세웠다.
류성수 SK하이닉스 부사장(HBM 비즈니스 담당)은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지식경영 플랫폼 'SK 이천포럼 2024'에 참석해 향후 고성능 메모리 전략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류 부사장은 'AI Biz 생태계 지형 변화 속 SK AI Biz의 성공적 안착 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AI 시장은 세분화될 것"이라며 "지금의 HBM보다 성능과 저전력에서 20~30배 개선되고 차별화한 (메모리) 제품을 목표의 한 가지 축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한 축은 한발 앞선 실행력으로 매스마켓(대량 판매·소비 시장)에 대응할 AI향 메모리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맞춤형 HBM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류 부사장은 "M7 기업들이 모두 찾아와 맞춤형 제품(HBM)에 대한 문의를 하고 있다"며 "이런 기회를 잘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M7은 애플, 엔비디아, 메타 등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7개의 빅테크를 뜻한다.
류 부사장은 "지금 잘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업체 또는 다른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더라도 HBM 같은 고성능·고용량 메모리는 끊임없이 필요할 것"이라며 "특정 업체를 연계해 따라가는 게 아닌, 우리가 스스로 (메모리) 스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부에서도 이를 위한 여러 방향을 전개 중"이라며 "후배에게 남길 '메모리 센트릭(메모리 중심)'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익보다 AI 주도권' 북미 빅테크, 올해 최대 투자…HBM 내년도 거뜬
최근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부풀려져 있다는 '거품론'이 나오며, 메모리 업계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AI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필수 부품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감소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수익성보다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어 HBM 품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이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익화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AI 거품론'에 불을 붙였다. 거품론이 떠오르며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5일 90.69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에 메모리 업계도 주목했다. 빅테크들이 돌연 투자를 줄이고 HBM이 탑재되는 GPU 등 주문을 줄이거나 취소하게 되면, HBM를 공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 급락 이후, HBM 공급망에 속해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연쇄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6일 종가 기준 7만1200원으로 전날보다 무려 10.55%가 떨어졌으며 SK하이닉스는 4개월여 만에 15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AI 거품론'이 메모리 업계에 줄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빅테크 기업들이 AI 모델 수익화에 관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도, 투자를 줄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플랫폼 등 북미 빅테크 기업들은 단기 수익성을 쫓기보다 생존 차원의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AI는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기술 우위를 갖고 향후 기존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을 고려한 처사로 풀이된다.
본격화된 리벨리온-사피온 합병…시장 세분화·양산 성과가 과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설계하는 국내 팹리스 업체인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들이 지닌 경쟁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사가 보유한 기술력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 구성을 만들어내고, 발빠른 시장 내 포지셔닝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각사가 최근 양산한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야만 향후 경쟁에 유리한 위치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과 SK텔레콤은 리벨리온-사피온코리아 간 양사 합병을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발표했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사피온코리아로 하되, 리벨리온 경영진이 합병법인을 이끌게 되면서 새 회사 사명은 리벨리온으로 결정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합병법인의 경영을 맡는다.
기존 1대2 수준으로 예상했던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의 기업가치 비율은 1대2.4로 합의됐다. 아울러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스퀘어로 구성된 사피온 주주진이 보유 주식 가운데 3%(합병 후 기준)를 합병 전까지 매각할 예정이다. SK와의 내부거래로 인한 공정거래법률 적법성 여부, 조타수를 맡게 된 리벨리온과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관계, 빠른 시장 대응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양사는 이번 합병에 따라 '골든타임'으로 지목받는 향후 2년 간의 글로벌 AI칩 경쟁에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보고 있다. 통상 팹리스가 칩 개발·양산 과정에서 겪기 쉬운 자금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양사 간 인적 자원을 통합해 인력 부족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덕이다. 리벨리온은 아람코 등 글로벌 회사를 포함한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누적 3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왔다. 아울러 내년 하반기 이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어, 관련 계획이 성공할 경우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가능해진다.
양사 간 합병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팹리스가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을 겨냥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팹리스 산업이 메모리 중심 생태계 구축에 따른 지원 미비, 자금 부족으로 인한 인력·투자 저조로 잔혹사를 겪어온 바 있다. 이러한 구도를 탈피해 글로벌 팹리스로 성장할 수 있느냐가 주요 선결과제인 셈이다.
합병이 마무리 될 경우 양사 연구개발(R&D) 인력은 각각 100명 수준에서 200여명 내외로 확대된다. 인력 풀이 늘어날 경우 향후 차세대 AI칩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한편,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충할 수 있게 된다.
양사가 보유한 고객사 네트워크와 권역별 주요 마케팅 포인트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이점으로 꼽힌다. 리벨리온은 초기 금융쪽 인프라를 타깃으로 AI칩을 개발해 온 경험이 있고, 최근에는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인 와이드 벤처스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으며 활동 반경을 중동으로 넓혔다. 사피온은 모회사인 사피온 Inc.가 위치한 미국을 비롯해 유럽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 등으로부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남은 과제는 주력 시장으로 보이는 초거대언어모델(LLM) 시장에서의 경쟁력 입증과 실질적인 제품 양산에 따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LLM 시장의 경우 엔비디아가 시장 전체를 독점하면서 승기를 굳혀나가고 있다. 특히 AI모델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학습(Training) 영역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고, 결과값을 도출하는 추론(Inference)용 칩에서도 이와 유사한 입지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리벨리온-사피온이 주력해 온 추론용 칩에서는 AMD를 비롯해 인텔, 세라브라스, 그록, 텐스토렌트 등 다양한 경쟁자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상황이다.
3D 낸드 핵심 '극저온 식각'…램리서치 "1000단 낸드 개발 지원"
"현재 양산라인에서 생산되는 3D 낸드는 대략 200단 내외다. 미래를 봤을 때, 1000단 수준의 3D 낸드 역시 극저온 식각을 기반으로도 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램리서치는 최근 공개한 '램 크라이오(Lam Cryo) 3.0' 솔루션이 이 시장에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램리서치가 극저온 식각 기술이 주목 받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 내 장비 경쟁에서 자신감을 표했다. 최근 공개한 '크라이오(Cryo) 3.0' 기술이 성능·비용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기술이 향후 열릴 1000단 낸드 시대에서도 강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박준홍 램리서치코리아 대표는 2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호텔에서 '크라이오 3.0 인포 세션'을 열고 램리서치의 극저온 식각 기술에 대한 기술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세션에는 램리서치 본사에 근무하는 유전체 식각사업 부문장 겸 CVP인 김태원 박사도 참석했다.
램리서치는 글로벌 3대 반도체 장비 기업 중 하나다.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전공정 핵심 장비인 증착, 식각 등을 주력으로 개발·제조한다. 국내에는 1989년 한국법인을 설립한 이후 장비 생산·연구개발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날 램리서치가 소개한 크라이오 3.0은 영하 60~70℃ 수준의 극저온 환경에서 식각 공정을 진행하는 기술이다. 극저온으로 식각을 진행할 경우 별도의 보호막 코팅 없이도 균일한 패턴·홀 형성이 가능하며, 기존 고온 환경 대비 최대 3배 빠르게 식각이 가능하다. 특히 극저온 식각 기술은 셀 수직 적층에 따라 깊이 있는 식각이 필요한 낸드플래시 공정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준홍 대표는 "낸드플래시는 3차원(3D) 셀 적층 구조로 돌입하면서 이를 어떻게 식각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수직으로 깊게 식각하면서도 양산성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박 대표는 "램리서치는 2014년 3D 낸드 개발 이래 함께 개발을 진행했으며, 지난 2019년 메모리반도체 생산 라인에 3000기 가량의 장비를 설치했다"며 "올해는 이 장비를 7500기로 확대했으며, 이중 1000기는 극저온 식각 기술이 적용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램리서치의 식각 장비로 만들어진 웨이퍼는 약 1억개에 달하며, 극저온 기술로 생산하는 웨이퍼 개수 역시 500만개에 이른다"며 "램리서치는 극저온 기술을 최초로 도입하고 양산을 시작한 기업으로, 현재 연구개발(R&D) 기준 3D 낸드플래시 400단 적층까지 개발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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