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나선 큐텐그룹 계열사…구영배 KCCW는 미궁 속으로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가 속해 있는 큐텐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각자 살길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큐텐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글로벌 물류업체 큐익스프레스도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큐익스프레스는 티메프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구영배 큐텐 대표를 포함한 큐텐그룹 전반이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계열사다. 재무적 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 연합이 구영배 큐텐 대표가 갖고 있는 큐익스프레스 경영권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티메프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피해 구제가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티메프는 물론 인터파크커머스, 큐익스프레스까지 그룹 핵심 계열사가 독립을 시도하는 모습은 구 대표가 발표한 KCCW 설립 계획 등 자구안 신뢰도를 급격히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그간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겠다는 구상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해 제대로 암초를 만났다. 나스닥 상장만을 바라봐 왔던 큐익스프레스 FI들 역시 이번 사태로 인해 큐텐그룹의 민낯을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됐다.
21일 투자은행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큐익스프레스 FI들은 이들이 보유한 교환사채(EB)와 전환사채(CB) 등을 보통주로 바꾸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와 큐텐은 각각 66%와 29%의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FI들의 계획이 실현될 경우 구 대표와 큐텐은 큐익스프레스 대주주 지위를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경영권이 FI들에게 넘어가는 셈이며 큐익스프레스가 큐텐그룹을 떠날 수 있게 되는 길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달 큐익스프레스는 구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후임으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앉혔다. 실제 FI들은 이달 말 큐익스프레스 주식 전환을 완료하고 새 전략적 투자자(SI)를 찾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사명 변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제는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 상장을 위해 달려온 만큼 큐텐그룹의 알짜이자 핵심 계열사였다는 점이다. 구 대표는 그간 자신의 보유 자산 중 큐텐 및 큐익스프레스 지분, 본인이 아내와 공동 소유한 아파트 등을 거론해 왔다.
사재를 써서라도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큐익스프레스가 독립하게 될 경우 큐텐은 알맹이가 없는 상태가 된다. 독립이 실제로 이뤄지게 되면 티메프 사태의 본질적인 해결 자체도 더욱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구 대표는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신규법인 설립을 통해, 티메프를 포함한 큐텐그룹 전반의 사업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지난 8일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 없이 판매자들에게 주주로 참여해 달라고 호소해 불신을 키웠다.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일찌감치 KCCW 설립 반대를 외쳐왔다. 비대위는 “구 대표가 KCCW 신규법인 설립에 대해 진정성을 보이고자 한다면, 자신의 모든 자산과 큐텐 및 큐익스프레스의 해외 재무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 대표가 소유한 큐텐 전 지분 38%를 포함한 전 재산을 위메프와 티몬에 즉시 증여해 판매 대금 정산 및 소비자 환불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구 대표가 언급한 합병 플랫폼 KCCW 신규법인의 운영 자산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미 구영배 대표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은 앞서 지난 12일 각각 서울회생법원에 자구안을 내놨다. 티메프 자구안 핵심 내용은 구조조정 펀드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한 뒤 상당 수 채권자의 채무를 상환하는 방향이다. 이후 빠르게 정상화해 3년 내 재매각하겠다는 계획인데, 여기에 구 대표의 KCCW 설립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어 지난 13일 구 대표가 티몬 및 위메프에 대한 법률지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KCCW 회생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류광진·류화현 대표와 사실상 결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이처럼 큐텐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모두 각자도생을 택한 만큼 뜻을 모으지 못한 KCCW는 결국 껍데기만 남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판매자들 사이에서 지속되는 모습이다.
한편, 티메프는 무엇보다 빠른 사업 정상화를 위해 투자자를 찾고 있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티메프의 오는 30일 2차 회생절차 협의회는 법원에서 열린다. 신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연장에 실패할 경우 법원이 기업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만약 투자자를 찾지 못해 기각될 경우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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