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삼성전자 아니고 삼성후자냐"…전삼노 파업 감행에 드러난 사업 부문 간 불균형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7일 단체 연가 투쟁을 진행했다. 창사 55년 만의 첫 파업을 둘러싸고, 노조 간 불협화음 등 내부 갈등도 수면 위에 드러났다.
앞서 전삼노는 전국 사업장 조합원들에게 집단 연차 사용 방식으로 파업에 동참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현충일과 주말 사이에 낀 7일은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연차 사용자가 많아 대규모 휴무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징검다리 연휴를 통한 첫 파업은 지지를 얻지 못한 분위기다. 전삼노는 파업 참여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고, 삼성전자 사측은 징검다리 연휴였던 작년 6월 5일 연차 사용 대비 올해 비율이 낮다고 밝혔다. 사실상 연차를 통한 첫 파업 효과 극대화는 이루지 못했다.
이날 전삼노를 제외한 타 노조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노조는 크게 최대 노조인 전삼노와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이하 초기업노조)으로 구성된다.
초기업노조는 삼성 계열사 5곳이 해당하며, 삼성전자 DX 노동조합 지부, 삼성화재 리본노동조합 지부,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동조합 지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지부, 삼성전기 존중노동조합 지부가 속해 있다. 조합원 수는 1만9800명이다.
초기업노조 관계자는 "파업에 대해서 비난할 생각이 없다. 다만 (내부적으로) 정보 공유가 되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달 29일 전삼노의 파업 선언 직후 입장문을 통해 "노동3권에서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인 파업을 삼성전자 최초로 시도 하는 것에 대하여 응원한다"면서도 "단체행동을 함에 있어 직원 및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날인 지난달 28일에는 입장문을 통해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회사를 해사하는 행위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이 목표하는 바와 맞지 않는다"면서 "전삼노는 노동조합의 취지에 맞게 진정 삼성 직원들을 위하는 교섭에 집중해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초기업노조와 전삼노간 입장 차이가 발생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는 삼성전자 제1노조이자 교섭대표 노조인 전삼노가 삼성 전 직원을 포괄하는 정책을 펼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전삼노는 EVA(경제적 부가가치)에 근거한 삼성전자의 OPI(초과이익성과급. 옛 PS)는 타당하지 않으므로, 영업이익률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OPI는 분기별로 나오는 TAI 등과 함께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꼽힌다. 매년 한 번 지급되며, 성과급 가운데 금액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부별로 연간 실적이 목표를 초과 달성할 시 초과 이익의 20% 한도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50% 까지 지급한다. 연봉 1억을 받는 직원의 당해 OPI가 50%로 책정되면 5000만원을 추가로 받게 되는 셈이다.
사업 부문별로 따지면, OPI는 차이가 크다. 실적에 따라 OPI 책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DS부문 직원이 다수로 알려진 전삼노의 경우 EVA에 근거한 올해 초 DS부문의 OPI가 0%로 책정된 점을 지적하지만, DS부문은 그간 높은 수준의 OPI를 받아왔다. 지난해의 경우 연봉의 47~50%의 OPI가 공지됐다. 반면, 생활가전 사업부는 지난해 5~7%가량의 OPI가 책정됐다.
이 때문에 큰 실적을 내는 주요 사업부는 삼성전자, 그외는 삼성후자(後者)라며 자조하는 분위기도 만연하다. 생활가전, 네트워크, 의료기기 등 이른바 '네 글자 사업부'도 이 같은 상황에서 언급되는 단어다. 해당 사업부들은 삼성전자가 최근 사업군을 키우고 있어 당장 이익을 내기 어려움에도 OPI로 따져 비교적 낮은 성과급을 받아왔다.
이처럼 사업부별 차등이 만연해 왔음에도, 가만히 있던 주요 사업부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자 권리를 찾아 나선 점이 전사적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EVA 대신 영업이익을 OPI 기준으로 바꾸되, 사업 부문간 간극을 좁히는 등 삼성 전직원을 아우를 수 있는 타협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임직원의 노동 활동을 통해 발생한 비용을 뜻하는 EVA가 회사 경영전략 상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만큼 중장기적 개선을 시사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전삼노와의 4차 임금교섭 당시 서면을 통해 노조에 "격려금 지급과 OPI 지급 기준 변경이 쉽지 않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OPI 지급 기준의) 변화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하며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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