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업 김형태 “MMO만으론 안돼… ‘스텔라블레이드’가 이정표 되길”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만으론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분명 올 것이다. 다양한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게 정부와 개발사 모두 도와달라.”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가 자사 신작 ‘스텔라블레이드’를 계기로 국내 게임 개발 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26일 여의도 IFC몰에서 열린 스텔라블레이드 출시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열심히 증명할 테니 세계에서 통하는 게임을 같이 만들자”며 업계를 독려했다.
시프트업은 스텔라블레이드를 플레이스테이션5(PS5)로 정식 출시했다. 스텔라블레이드는 ‘데스티니차일드’, ‘승리의여신: 니케’ 등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으로 유명한 시프트업의 첫 콘솔 도전작이다. 국내 게임사 최초로 소니 세컨드파티로 합류해 개발했다.
스텔라블레이드는 인류의 적 ‘네이티브’를 물리치기 위해 지구를 찾은 요원 ‘이브’가 진실에 다가가는 여정을 담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앞서 공개된 데모 버전으로 동시 접속자 69만명을 기록하고, 국내외 사이트에서 예약 판매 1위를 달성하는 등 흥행 기대작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개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왜 돈도 안 되는 일을 하려고 하냐’, ‘리니지라이크 하나면 마음 편하게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등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작은 회사들에게 도전적인 게임을 강요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오리지널리티와 유저 즐거움을 고민하면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가는 방향대로 가는 건 함정이다. 기존 것을 따라 해서는 시대를 바꿀 수 없다.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또 다른 패러다임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텔라블레이드는 게임 평점 사이트 메타 크리틱에서 82점이라는 준수한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출시돼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네오위즈 ‘P의거짓’과 동일한 점수다.
김 대표는 “의미가 있는 점수”라고 만족감을 보이면서 “훌륭한 게임들이 비슷한 점수를 받거나 그보다 못한 점수를 받았다. 더 올라갈 곳이 있다는 점이 중요한 동기부여가 된다. 성장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스텔라블레이드는 특유의 액션성과 더불어 균형 잡힌 레벨 디자인이 고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한국 주류 게임에서 이런 형태 레벨 디자인은 존재하지 않아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었다”면서 “레벨 디자인이 훌륭한 게임들을 참고해 개척했다. 콘솔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어렵지 않게 즐기면서도, 너무 직진하는 느낌은 들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스텔라블레이드는 기본적으로 ‘스토리모드’와 ‘일반모드’를 제공한다. 이중 스토리모드는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을 안내하는 어시스턴드 기능도 지원하는 등 전투 난도가 매우 낮다.
김 대표는 “요즘 소울라이크 게임들이 많이 나오면서 ‘망자(소울라이크 게임 숙련자)’들의 플레이가 기본 소양처럼 여겨진다”고 아쉬워하면서 “나조차도 어려운 게임을 잘하지 못한다. 액션 게임을 잘하지 못하는 분들도 플레이할 수 있으면서 고수들도 즐길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했다. 가급적 많은분들이 게임을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텔라블레이드는 뛰어난 최적화와 완성도 높은 BGM(배경음악)으로도 호평 받았다. 이동기 테크니컬 디렉터는 “기본적으로 3D 게임 제작에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부족한 콘솔 부분은 소니 도움을 받았다”며 “내부 스텝들이 최적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액션 게임은 프레임이 중요하다 보니, 프레임을 가장 높은 가치로 두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공을 배경 팀에게 돌리면서 “60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선 배경팀이 굉장히 많이 희생해야 한다. 최적화와 비주얼을 모두 잡기 위해 피땀‧눈물을 흘렸다”고 거들었다.
그는 “거리에 따라 오브젝트 배치나 원근감을 달리했다. 내가 캐릭터 다음으로 신경 쓴 부분이다.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세계관의 비주얼적 밀도를 높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BGM에 대해서는 “게임 내러티브 외에도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자 했고, 그게 음악이었다”며 “내 취향도 적지 않게 들어갔지만 우수한 작곡가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일종의 컨센서스가 생기고 나서는 매력적인 사운드가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스텔라블레이드는 평단으로부터 스토리와 캐릭터가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이에 수긍하면서도 ‘일부는 의도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게임 핵심 매력인 전투에 집중하고, 빠른 템포를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스토리를 간략하게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전투와 메시지 전달 비율을 7대3 정도로 구성했다. 탐험과 전투가 상시 벌어지는 게임이라 그 부분이 플레이 가치를 많이 차지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다만 김 대표는 “서브 퀘스트를 꼼꼼히 클리어하면서 배경 스토리를 살펴보길 추천한다. ‘릴리’의 관심도를 반영한 ‘릴리게이지’를 채우면 히든 스테이지와 에필로그도 만날 수 있다. 여러 번 플레이하면 스토리에서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텔라블레이드는 엔딩에서 후속작과 DLC(추가 콘텐츠)를 암시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시프트업은 차기작 개발에 돌입하기보다는 게임 완성도를 높이는 데 우선 집중할 계획이다. 엔딩 후 해금되는 ‘뉴게임플러스’에서 다양한 스킬과 수집 요소를 추가하고, 보스전만 따로 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정식 버전에 도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일단 차기작보다는 본편에서 이용자가 무엇을 더 원하는지에 집중할 계획이다. 게임성을 보완해 게임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용자가 즐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면서도 “게임을 사랑해 주신다면 이후엔 유저 분들이 환영할 만한 것들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개발 과정에서의 아쉬움으로 제한된 창작 환경을 꼽았다. 그는 “연령대를 구분해 게임을 서비스하는 건 긍정적이다. 그러나 성인 전용 게임인데도 청소년이 플레이하는 것을 전제로 심의하는 경향이 있다. 자유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시프트업은 키치한 매력을 캐치해 이용자가 좋아할 요소에 직구를 던지는 게임사”라며 “욕도 많이 먹고 시대에 걸맞지 않는다는 소리도 듣지만, 다양성이 중시되는 세상에서 돌직구를 던지는 게임사도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스텔라블레이드가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시프트업은 콘솔 게임 도전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 많은 개발사가 콘솔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행복할 것”이라면서도 “그게 안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이 게임은 절대적으로 유저분들을 위해 제작이 됐다. ‘당신을 위한 게임’이다. 부디 재미있게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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