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비밀유출 의혹 '키맨', 어도어 이사회에 없다…왜?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하이브와 어도어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며 내부 기밀 유출을 주도한 인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 인물이 어도어의 '부대표'로 알려지면서 현재 이사회에 소속된 신동훈 부대표로 특정되고 있지만, 또 다른 인물이 수면위로 부상한 모습이다.
◆숨겨진 부대표, 또 있었다
23일 <디지털데일리> 취재 결과, 최근 하이브의 영업비밀과 비공개 문서 등을 공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어도어 부대표는 해당 기업의 미등기 임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22일 하이브가 지분 80%를 보유한 자회사 어도어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당시, 내부 영업비밀을 어도어 측에 넘겨준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로 어도어 L모 부대표가 언급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L모 부대표는 상대적으로 다른 어도어 임원보다 비교적 늦게 합류한 인물이자 하이브에서 다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특히 L모 부대표의 경우 하이브 재직 당시 내부 회계, 재무, 계약 등을 담당했던 핵심 인력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현재 어도어 이사회에 등재된 사내이사이자 공식적인 부대표는 신동훈인데, L모씨로 특정한 일부 매체에 대한 신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물론 신동훈 부대표가 민희진 대표와 SM엔터테인먼트 재직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였으며 어도어 출범을 함께한 측근으로 분류되지만 디렉팅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만큼 재무적 역량이 높은 관련 인물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인물은 사내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미등기 임원이라 그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올 초 어도어에 합류한 것도 그를 특정하기 어려웠던 이유로 꼽힌다. 당초 어도어 측은 인력 이탈에 따른 보강을 이유로 L모 부대표를 영입해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하려 했으나 내부 사정상 관련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이에 따라 2명의 부대표 체제를 유지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영업비밀 유출을 의심받고 있는 인물이 어도어 부대표로 특정되자 화살이 신동훈 부대표에게 집중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L모 부대표가 하이브에서 IR팀 소속으로 IR과 내부회계를 담당한 인물인 만큼, 하이브가 감사를 통해 확보한 정황이 사실일 경우 영업비밀을 유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가 제시한 두 가지 시나리오?
현재 L모 부대표는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80%를 매각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기획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한 매체는 어도어 소속 L모 부대표가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80%를 매각하는 시나리오 문건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L모 부대표는 싱가포르투자청(GIC)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등 글로벌 국부펀드 2곳이 인수하는 방안을 기획했다.
이는 하이브가 어도어의 전산 자산을 확보하며 찾아낸 문건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해당 문건에서는 '외부 투자자 유치 1·2안 정리'라는 항목에서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라는 대목이 발견됐는데 여기서 의미하는 'G'와 'P'가 싱가포르투자청과 사우디 국부펀드의 약자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L모 부대표가 선택한 다른 방안은 하이브가 어도어 보유 지분을 팔도록 유도하기 위해 내부 담당 직원을 설득하거나 회유하는 방안이다. 이는 L모 부대표가 하이브에 재직했던 만큼, 내부 인맥을 동원하려 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부분에서 L모 부대표와 민희진 대표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5일 이사회에 새롭게 합류한 신동훈 부대표와 김예민 수석크리에이티브디렉터의 경우, 민희진 대표와 SM엔터테인먼트에서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지만 L모 부대표는 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직 기간을 고려하면, 민희진 대표와 L모 부대표 사이 관계성이 형성됐을 시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도어가 출범한 2021년 당시 L모 부대표가 하이브 IR팀 내 파트장급 직책을 맡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량의 데이터베이스(DB)나 비밀 계약에 접근하기 수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브가 확보했다는 어도어 내부 자료 중 '목적'이라는 항목 안에 '하이브 안에서 우리를 못 건드리지 못 하게 한다(전체적인 자율권)'나 '궁극적으로 빠져 나간다'는 내용을 보면, L모 부대표와 어도어 측이 사전에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민희진 대표는 어도어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했다. 민희진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이브가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이라며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로 드러난 여러 사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자 갑작스럽게 해임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금융권 책무구조도, 내부통제 위반 제재수단으로 인식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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