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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이스트소프트] 계열사 부진에 신음… 경영 ‘빨간불’

이종현 기자
ⓒ이스트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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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공지능(AI) 붐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 이스트소프트가 암초를 만났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당기순손실 규모가 100억원대까지 커지며 위기에 직면했다.

이스트소프트는 2023년 매출액 925억원, 영업이익 –81억원, 당기순이익 –10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4.3% 늘었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통상적인 실적 공시가 아닌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공시를 한 배경이다.

이스트소프트의 실적 악화는 자회사인 줌인터넷의 부진이 큰 영향을 끼쳤다.

줌인터넷은 포털 플랫폼 ‘줌닷컴’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이스트소프트와 마찬가지로 28일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을 공시했는데, 매출액 137억원, 영업이익 –62억원, 당기순이익 –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40%, 영업이익은 762.2%, 당기순이익은 207.8%씩 줄었다.

줌인터넷의 실적 부진은 포털 경쟁력의 약화와 최근 몇 년간 공들인 금융 신사업에서의 실패 탓으로 풀이된다.

줌인터넷은 2020년 KB금융과 손잡고 ‘바닐라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1년 ‘토스증권의 대항마’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MTS 애플리케이션(앱) ‘바닐라’를 출시했지만 결국 1년도 채 되지 않아 철수했다. 중단영연손실은 11억원가량이다.

2022년에는 비상장 주식 정보 제공 및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겟스탁’을 출시했지만 이 역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신증권과 협력해 선보인 장외주식 거래 기능은 1개월 만에 서비스가 중단됐다. 2023년 투자정보 플랫폼 ‘인스베팅뷰’를 비롯해 2021년 12월부터 운영해온 ‘줌투자’도 지난 연말 서비스를 종료했다.

줌인터넷은 여전히 금융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작년 12월 줌인터넷의 자회사인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이 4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는데, 이때 자본금을 지원한 것이 줌인터넷이다.

줌인터넷은 지난 연말 개발 팀장 및 총괄본부장을 거친 김태기 대표를 선임, 연초에는 미디어 분야 전문가인 김남현 대표를 영입해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본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를 거듭하자 모회사인 이스트소프트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3년 3분기 기준 이스트소프트의 이익잉여금은 –16억원으로 이미 음수(-)로 전환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또다른 자회사인 아이웨어 이커머스 기업 라운즈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라운즈는 2023년 1~3분기 동안 매출액 59억원, 당기순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라운즈에서만 7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는데 이스트소프트의 자회사 리스크가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스트소프트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스트소프트는 별도재무제표 기준 2023년 1~3분기에 매출액 262억원, 영업이익 –19억원, 당기순손실 –28억원을 기록했다. 줌인터넷의 부진을 메꾸기는커녕 함께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이스트소프트의 AI 휴먼 제작 서비스 '페르소' ⓒ이스트소프트
이스트소프트의 AI 휴먼 제작 서비스 '페르소' ⓒ이스트소프트

실적 반등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인 이스트소프트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것은 AI 휴먼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AI 휴먼이 기대를 모으는 기술 분야는 맞지만 현재 이스트소프트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만한 아이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실제 2022년 기준 이스트소프트의 연결 매출 중 이스트소프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36.7%에 불과하다. AI 휴먼 사업과는 별개의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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